[샷!] "영원히 고통받을 뻔"
신축아파트 부실시공 불안 커지며 사전점검 대행업체 인기 열화상카메라·라돈측정기 대여해 '셀프 점검' 나서기도"새차 샀는데 공장 검수까지 하는 기분"…'점검 꿀팁' 공유국토부, '대행업체 제도화' 위한 연구용역 진행
이승연
입력 : 2025.06.28 05:50:01
입력 : 2025.06.28 05:50:01

[SNS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서윤호 인턴기자 = 최근 신축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사전 점검이 입주 전 필수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사전 점검은 새 아파트 입주 전에 시공이 잘됐는지 집주인이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몇 년 새 점검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늘었지만, 수십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면서 직접 팔을 걷어붙인 입주자들도 등장했다.
온라인에는 하자 점검 키트, 열화상 카메라 등 셀프 점검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대여해주는 상품도 나타났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정작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엑스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 수십만원 주고서라도 사설 하자 점검 서울 동대문구의 조모(36) 씨는 최근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았으나 작은방 2개의 벽 전체를 뜯어내야 했다.
사전점검 대행업체에 점검받은 결과, 약 80군데에서 하자를 발견한 것이다.
특히 작은 방 창문 보강재 미흡으로 인한 바람 소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조씨는 27일 "시공사에 하자 접수를 해 1차로 보수했으나 바람 소리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시공사는 건물의 구조상 바람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설업체를 고용, 벽체를 뜯어내 창문과 새시 중앙부를 지탱하는 보강재를 채워주는 공사를 진행했다.
그는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영원히 이 집에서 바람 소리의 고통을 받고 살았을 것"이라며 "사전 점검 업체를 부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입주예정자들은 서로 업체를 비교·추천해주는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할인을 받기 위해 여러 입주자가 공동구매 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에 사는 강시연(28) 씨도 예비 입주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점검 업체를 알게 됐다.
강씨는 "업체에서 총 140건의 하자를 발견했고, 다행히 수리할 수 있는 작은 하자들이 많아 그 점을 중심으로 하자를 접수했다"며 "맨눈으로 발견하기 힘든 하자까지 찾아서 알려준다는 점에 크게 만족했다"고 말했다.
사설 업체에 점검받는 비용은 평당(3.3㎡) 1만원 안팎으로, 단열·누수·방 평탄도 등 구조 결함부터 도배 뜯김·시트지 찍힘·가구 조립 불량 등 간단한 결함까지 점검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이건 마치 새 차를 샀는데 내가 공장 검수까지 하는 기분?"(엑스(X·구 트위터) 이용자 'jon***') 등의 반응이 달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돈 아끼려 셀프 점검도…"집도 뽑기운" 대행업체를 쓰는 데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일부 입주자들은 장비를 대여·구매해 직접 점검에 나서기도 한다.
수평계·고무망치·접지테스터용 콘센트 등이 포함된 '셀프 키트'가 판매되며, 열화상 카메라·라돈측정기와 같은 전문장비를 대여해주는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SNS에는 "집안에 먼지가 많은 만큼 앉아서 쉴 수 있는 돗자리를 챙겨라", "화장실 배수를 확인하기 위해 색깔이 있는 음료를 준비해야 한다" 등 꿀팁과 함께 셀프 체크리스트도 공유되고 있다.
"하자 점검할 때 강아지를 꼭 데려가라.
강아지 걷는 소리가 달라지면 마루가 뜬 것"(엑스 이용자 'lar***')이라는 농담 섞인 조언도 있다.
셀프 점검에 나서는 이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애초에 미세한 하자는 보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도 팽배하다.
키트를 구매해 직접 하자를 찾았다는 이모(31) 씨는 "대행업체를 통해 하자를 발견하더라도 입주할 때까지 고치지 못했다는 후기를 봤다"며 "어차피 입주해서 계속 하자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면 돈도 아끼고 직접 공부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뽑기운'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이용자 'ace***'는 "하자 발견하면 뭐하나.
보수를 안해주는데"라고 남겼고, 또다른 이용자 'DaM***'도 "업체 쓰고 사전점검 해도 하자를 100% 고쳐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행업체를 통해 100군데 넘는 하자를 발견한 이지현(31) 씨는 "변기에 물이 새는 점은 업체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배 하자가 발견돼 보수를 요청했지만 시공사는 1년째 감감무소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쿠팡 이용화면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 국토부, 하자 점검 대행업체 제도화 준비 이렇듯 아파트 입주 전 '하자 점검'이 당연한 분위기가 됐지만 현재 사전 점검 대행업체의 자격요건 등을 정한 제도는 미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가 입주예정자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출입을 거부해 대행 서비스 이용을 막거나, 대행업체의 과잉·부실 점검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등 분쟁이 늘고 있다.
대행업체에 대한 명확한 관리 체계가 없어 전문성 없는 인력이 사전 점검에 투입되는 일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 사전 점검 대행업체 관계자는 "업체가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단가 싸움이 과열되고 있다"며 "과도하게 하자를 체크하는 업체도 있고, 어떤 업체는 며칠 교육받은 단기성 알바생을 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하자 점검 대행업체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자격 기준 마련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는 올 하반기 중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공고문을 통해 "대행업체는 현행 제도권 바깥에 있어 자격 기준 등을 규율하거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도입에 한계가 있다"며 "최근 증가하는 대행업체 관련 분쟁을 줄이고 소비자 권리 보호 및 역량 있는 대행업체가 육성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쇼핑 페이지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winkit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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