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볼지도] 대하소설 태백산맥 등장한 벌교 명물 '참꼬막' 멸종위기

30년 전만 해도 중국에 1만t 수출…2010년대 들어 생산량 급감기후변화·남획탓…인공종묘배양장·바다목장 사업 등 자원 회복 '안간힘'
형민우

입력 : 2025.07.05 07:11:00
[※ 편집자 주 = 기후 온난화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농산물과 수산물 지도가 변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해수욕장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역대급 장마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기도 합니다.

'꽃 없는 꽃 축제', '얼음 없는 얼음 축제'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겨납니다.

이대로면 지금은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사라져 못 볼지도 모릅니다.

연합뉴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격변의 현장을 최일선에서 살펴보고, 극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송고합니다.]

참꼬막 잡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

(보성=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어렸을 때는 만원이면 비닐봉지 가득 참꼬막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젠 귀해져서 현지인들도 먹기 힘들어요."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어머니와 함께 꼬막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김다정(33)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17년 전 벌교읍에 문을 연 이 식당은 벌교에서 많이 나는 참꼬막을 주로 손님에게 내놨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생산량이 줄자 새꼬막을 주로 팔고 있다.

벌교의 명물로 널리 알려진 참꼬막은 기후 변화와 남획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꼬막 한정식
[촬영 형민우]

◇ '귀한 몸'이 된 벌교의 명물, 참꼬막…"TV에 많이 나오면서 남획" 벌교 앞 바다는 다른 뻘에 비해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참뻘'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벌교에서 자란 꼬막을 '참꼬막'이라 부른다.

껍질이 밋밋한 새꼬막과 달리 골이 깊고 껍질이 두꺼운 데다 맛도 쫄깃쫄깃하다.

새꼬막은 담백한 맛이지만, 막 데쳐낸 참꼬막은 검은 윤기와 짭짤하고 비릿한 맛이 특징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조정래는 벌교 꼬막을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고 묘사했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칼슘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꼬막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봄까지 제철이다.

그래선지 취재진이 찾은 벌교 수산물 시장에서는 꼬막을 찾을 수 없었다.

카메라를 든 취재기자를 본 한 상인은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찾아와 방송에 내면서부터 꼬막이 많이 팔려나갔다"며 "제철도 아니지만, 가을에 와도 참꼬막 구경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물 시장을 나와 꼬막 전문 식당을 둘러보니 이 상인의 말처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광고 문구가 빛이 바랜 채 내걸려 있었다.



인공종묘배양장 모습
[촬영 형민우]

◇ 기후변화·남획으로 생산량 줄어…"종 보존 등 근본 대책 필요" 벌교에서 생산되는 참꼬막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2만t 이상 생산됐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에 1만여t을 수출할 정도로 벌교 참꼬막은 풍부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생산량은 3천784t에서 2015년 420t, 2020년 42t, 2024년 31t으로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가격도 1990년대에는 1kg당 5천원이었으나 30년이 흐른 최근에는 3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참꼬막이 줄어든 것은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서식 조건이 악화한 데다 갯벌의 침식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동범(71) 하장어촌계장은 "자연이라는 것은 자원을 무한으로 주는 것은 없다.

고갈되었다 회복된다"며 "채묘(採苗·종자 붙이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꼬막 등 다른 종자들의 번식이 왕성해져 먹이가 부족해진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참꼬막 종패
[촬영 형민우]

◇ 손톱만 한 참꼬막 종패, 3년 뒤 채취…"종 보존 등 근본 대책 시급" 보성군은 지난 2014년 국비 54억원 등 80억원을 들여 벌교읍에 참꼬막 인공종묘배양장을 건립했다.

인공종묘배양장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수조에서 참꼬막 종패의 먹이인 플랑크톤을 배양하고 있었다.

종묘배양장을 찾은 한 어민이 세숫대야로 물을 뜨자 눈곱만한 참꼬막 종패가 부산하게 움직였다.

종패는 1년간 배양장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면 1∼1.5cm 크기로 자란다.

종패는 갯벌에 뿌려지는데 3년 뒤 3.5∼4cm 정도 자라면 본격적으로 채취한다.

보성군은 인공종묘배양장과 함께 2017년부터 연안 바다목장 조성사업과 여자만 청정어장 재생사업을 펼쳤다.

2021년부터는 29억원을 들여 참꼬막 자원회복 사업을 추진 중인데 2022년 살포한 참꼬막을 올가을 채취할 예정이다.

보성군 관계자는 "내년부터 참꼬막 산란장 조성, 인공유생 방류, 중간종자 육성 등 3개 분야로 나눠 자원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동범 하장어촌계장은 "중국은 인공종묘배양장을 국가 정책으로 지원해 산업화에 성공했다"며 "우리도 인공종묘배양장을 늘리는 등 종 보존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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