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작년처럼…채소·과일 두자릿대 '히트플레이션' 주의보
극한 폭염에 작황 타격…일정 시차 두고 수개월간 물가상승률 고공행진당국, 헤드라인 지표 안정 속 품목별 핀셋대응 고심…생육관리·수입대체·비축확대
이준서
입력 : 2025.07.13 06:09:00
입력 : 2025.07.13 06:09:00

(평창=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30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의 한 고랭지 채소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되는 폭염에 병충해 확산이 우려되자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2025.6.30 yoo21@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이대희 안채원 = 유례없는 폭염으로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전반적인 물가 지표는 안정권이지만, 세부 품목별로 소비자들의 체감물가가 들썩일 조짐이 보인다.
이른 폭염이 과일·채소류 작황에 타격을 가함에 따라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일명 '히트 플레이션'(폭염+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2%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보다 약간 높게 나온 수준이어서 실질적으로 높지 않다"며 "다만 소비자들이 장을 볼 때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괴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상고온과 직결된 채소와 과일 가격부터 불안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곧바로 들썩이는 산지 가격과 달리 물가 지표는 후행적인데다 '전년 동기 대비'의 통계적 착시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품목별 공급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표> 역대 폭염기간 채소·과일 물가상승률 (%,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 채소류 | 과실(과일)류 |
2018.05 | 12.8 | -7.0 |
2018.06 | 6.5 | -7.5 |
2018.07 | -1.1 | -5.8 |
2018.08 | 1.9 | 8.2 |
2018.09 | 12.3 | 13.4 |
2018.10 | 13.5 | 13.9 |
2018.11 | 13.7 | 13.0 |
2018.12 | 5.5 | 10.9 |
2024.05 | 7.4 | 38.9 |
2024.06 | -0.8 | 30.8 |
2024.07 | -1.6 | 21.0 |
2024.08 | -1.7 | 9.4 |
2024.09 | 11.5 | -2.9 |
2024.10 | 15.6 | -10.6 |
2024.11 | 10.4 | -8.6 |
2024.12 | 10.7 | -2.5 |
2018년은 폭염일(일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역대 가장 많은 31일로,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다.
당시 채소물가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9월 12.3%, 10월 13.5%, 11월 13.7% 등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특히 상추(9월 44.3%), 시금치(9월 70.5%), 미나리(9월 54.8%), 부추(8월 36.6%), 무(10월 34.4%), 당근(9월 48.8%), 생강(9월 104.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과실 물가도 8월 8.2%, 9월 13.4%, 10월 13.9%, 11월 13.0%, 12월 10.9% 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수박(9월 38.1%), 복숭아(9월 28.8%), 참외(9월 25.8%) 등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역시 평균 최고기온이 30.4도로 관측 사상 2위를 기록하며 역대급 더위로 꼽혔다.
9월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면서 강력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여름철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채소 물가상승률은 9월 11.5%, 10월 15.6%, 11월 10.4%, 12월 10.7% 등으로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특히 배추(9월 53.6%), 무(12월 98.4%), 열무(10월 49.4%), 당근(12월 65.5%) 등 김치 재료값이 폭등하면서 겨울철 김장물가를 끌어올렸다.
과실 물가도 연초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이며 5월 38.9%, 6월 30.8%, 7월 21.0% 등의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배가 6월(139.6%), 7월(154.6%), 8월(120.3%) 연속으로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있는 1976년 1월 이후 최고치였다.
감(8월 56.4%), 귤(6월 57.5%), 복숭아(6월 53.7%) 등도 5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8월 폭염 영향으로 배추 등 채소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진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채소코너에 고랭지배추 작황이 폭염, 가뭄 등으로 좋지 않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4.9.24 dwise@yna.co.kr
물가 당국도 배추를 비롯해 개별 품목별 산지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병충해 예방이나 영양제 보강, 냉방 시설 등 생육 관리를 강화하고, 정부 비축물량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수입품목으로 대체할 수 있는 품목에는 할당관세를 지속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 비축이나 대체 수입물량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품목은 정책당국도 속수무책이다.
채소류는 현실적으로 비축이나 수입대체 모두 어렵다 보니 수확량 변동이 고스란히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와 관련,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14일 오후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물가 대책을 논의한다.
j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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