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최근 숙면이 경쟁력이 떠오르며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시대가 열렸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을 위한 소비 트랜드를 뜻한다.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2010년 27만8000명에서 2024년 67만8000명으로 140% 증가했다. 그리고 과도한 경쟁과 장시간 노동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잘 자는 것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슬리포노믹스의 규모는 이미 상당하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48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22년 3조원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서치앤드마켓츠는 2030년 전 세계 시장이 15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잘 자는 것’이 행복한 삶과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핵심 가치로 떠오른 상황. 사단법인 한국수면산업협회(회장 진영수)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2025 슬리포노믹스 네트워킹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수면 산업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면 환경 개선 기술과 산업 표준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주제로 발표와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행사 서두에서는 협회 오동석 전무가 굿슬립(GS) 인증 마크의 도입 배경과 운영 체계를 발표했다. 굿슬립 인증은 제품의 수면 친화도, 기술 성능, 인체 적합성, 웰니스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오 전무는 “굿슬립 마크는 국내 수면 산업의 신뢰도와 기술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라며 “2025년에는 글로벌 표준으로 확대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종민 헬스케어스파진흥원 팀장은 “굿스파(Good Spa) 인증은 스파 서비스의 과학적 효과와 치유 효능을 검증하는 제도‘하며 향후 수면 산업과 연계해 통합 웰니스 인증 체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진 초청 강연에서 김덕파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한국수면산업의 위상’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수면 산업이 제조업, 의료서비스, 제약, ICT 산업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복합산업임을 강조하며 “한국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IT 기술, 숙련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수면 시장 진출에 유리한 경쟁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내 수면 만족도는 26.2%에 불과하고 평균 수면 시간은 6.3 시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산업 성장을 위한 사회적 수요와 기반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디지털 전환과 건강 산업 확대가 맞물리는 현시점에서 수면 산업은 새로운 수출 산업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제품과 서비스의 신뢰 확보를 위한 글로벌 인증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발표 세션에서는 굿슬립 골드 인증을 받은 주요 회원사들의 실제 적용 사례가 공유됐다. 현대건설은 ‘H 슬리포노믹스’ 프로젝트를 통해 실내조명, 소음 제어 등 수면환경 개선 설계를 아파트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고, 경동나비엔은 실내 온습도 자동 조절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 온열 매트를 통해 숙면 유도 기술을 강조했다.

세라젬은 자사 ‘V/파우제’ 라인을 중심으로 열·진동 테라피 기반 수면개선 솔루션의 임상 효과와 과학적 근거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박병일 TCR 대표는 ‘2024 한국인 수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면 부족 문제 해결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세미나 마지막에는 네트워킹 런치가 마련되어 참석자들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어졌으며 협회는 “산업 간 협업과 기술 교류를 위한 정기 세미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