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급과잉 석유화학, 이대로는 다 죽어”...구조조정 묘안 살펴보니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입력 : 2025.07.21 18:00:00 I 수정 : 2025.07.21 20:02:37
산업부, 석화 지원 검토안

일본식 조합경영 모델 도입해
공정거래법 피해 구조조정 추진

한국도 관련법 제정 서둘러야


공급 과잉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가 ‘일본식 유한책임사업조합(LLP)’ 도입을 통해 공정거래법 규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관련 연구 용역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중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후속 지원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21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화학산업협회는 복수의 석유화학 기업이 생산량을 감축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일본식 LLP 형태의 기업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는 산업부가 지난해 11월 국내 석화 업계의 사업재편 방안 마련을 위해 의뢰한 것이다.

LLP란 둘 이상의 파트너가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조합을 뜻한다. 합작법인(JV)과 달리 사업조합 형태로 간주해 공정거래법 적용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현재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국내 석화 업계 사업재편이 시급하지만 제약이 큰 상황이다.

국내 석화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으로 생산설비를 효율화해 생산량을 줄이려고 해도,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해당 분야 1위를 차지하게 될 경우, 기업결합이 제한된다. 업계 간 협의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사히카세이 [로이터 = 연합뉴스]
실제로 일본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LLP를 공정거래법 대응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예컨대 미쓰비시화학과 아사히카세이는 2011년 ‘서일본 에틸렌 LLP’를 설립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합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했고, 이후 2016년 아사히카세이가 에틸렌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양사가 설립한 LLP는 일본 공정거래법상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으로 활용됐다. LLP가 기업 간 협력 관계기 때문에 시장지배력 증대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것이다.

다만 협회는 LLP를 활용한 사업 재편 방식이 국내에서 법적 선례가 부족해 유권해석에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했다. 정부에서도 국내에 LLP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석화기업들이 일본의 석유 콤비나트(산업체 밀집지역) 고도 통합 운영기술 연구조합(RING) 모델을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RING은 각 석화사의 기술 향상과 실용화를 도모하는 연구 조합을 뜻한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기업 주도 기술개발 체계를 확립하고 산업구조 개선과 최적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울산석유화학공단 전경 [사진 제공 = 울산시]
김 의원은 “정부에서 공정거래법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석유화학 산업재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적극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성공한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해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석화 산업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그간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들을 살펴보고 다음 달 중 석유화학 업계 후속 지원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취임 후 이른 시일 내에 석화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당시 공정위와 협의해 기업활력제고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재편 승인 시 산업부 장관이 공정위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면 인가를 획득하는 쪽으로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이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도 거론한 만큼 실제 지원책에 관련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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