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보내지 마”…트럼프, ‘외설편지’ 보도 막으려 WSJ에 전화해 버럭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입력 : 2025.07.22 08:01:54
트럼프 비난하던 지지층도
외설편지 논란에 비판 자제


2024년 미 하원에서 한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프리 엡스타인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공개해 선 보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외설적인 그림이 담긴 축하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를 막기 위해 전용기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타인 사건이 트럼프 지지층의 분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WSJ와 폭스뉴스 등을 소유하고 보수 진영의 우군 역할을 하던 루퍼트 머독과의 관계까지 틀어지면서 트럼프 2기 정부의 최대 악재로 치닫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에마 터커 WSJ 편집인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내면서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사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기사를 내보낼 경우 터커 편집인을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위협에도 불구하고 WSJ는 17일 밤에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여성 나체가 외설스럽게 그려진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는 물론 모회사인 뉴스코프의 머독 전 회장에게도 직접 전화해 기사를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WSJ 기자 2명을 비롯해 모회사인 뉴스코프 창립자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지난 18일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WSJ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것은 애써 덮으려 했던 엡스타인 파일 사건이 외설 편지 보도로 증폭되면서 지지층에서마저 코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언론에 대한 공격을 통해 분열로 치닫던 지지층 재결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WSJ 보도 이후 트럼프를 지지해온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세력 내 다툼이 약해지며 이번 기회에 결집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트럼프를 비판하던 메긴 켈리 전 폭스뉴스 앵커, 친트럼프 단체 ‘터닝 포인트 USA’ 창립자 찰리 커크,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 잭 포소비에크, 보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 우파 평론가 베니 존슨 등이 기사가 나온 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WSJ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너무 늦는’ 파월, 역사상 최악의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이 시장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나에게 설명했다고 보도하며 전형적인 거짓말을 이어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WSJ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을 검토했을 때 베선트 장관이 시장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거론하며 만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나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에게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자화자찬 표현이지만 엡스타인 외설 편지를 보도한 WSJ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1995년 엡스타인의 직원으로 일하던 마리아 파머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사무실을 찾은 적이 있고 당국 수사에서 트럼프 이름을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수사 기록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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