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8조원 조달해 투자자 교체 … 재무부담 감소 시킨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7.30 17:12:54 I 수정 : 2025.07.30 17:43:08
[본 기사는 07월 30일(17:03)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올해만 약 8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투자한 투자사들의 돈을 갚고, SK온 사업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로 SK온은 앞으로 수년을 버틸 체력을 가질 전망이다.

30일 SK이노베이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약 8조원(자회사 수치 포함)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도합 5조7000억원,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3000억원을 조달한다.

방식은 제3자 유상증자, 영구채 등이며, SK온과 SKIET가 조달하는 2조3000억원 규모에 대해선 SK이노베이션이 PRS 계약을 통해 사실상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투자자 갈아끼우기’다.

SK이노베이션은 공시를 통해 SK온에 투자했던 기존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전환우선주(CPS) 전량을 3조5880억원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2~2023년 SK온은 해외 컨소시엄(MBK컨소시엄)과 국내 컨소시엄(한국투자PE컨소시엄)으로부터 약 2조80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SK측은 SK온이 2026년까지 상장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그 이후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현상이 발생하고 SK온이 연간 영업손실이 1조원씩 발생하면서, 상장이 요원해졌다. SK온 기업가치가 20조원대 초중반서 계속 정체됐기 때문이다.

SK온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와 약속을 지키지 못할 우려가 커지자,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대규모 자금확충(약 8조원)을 통해, 투자자에게 ‘원금+이자’를 갚아줬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컨소시엄의 경우 IRR(연환산수익률) 7.5%에다가 IPO 실패 시 추가적으로 더 수익률을 보장하는 패널티 조항이 있었다”라며 “이번에 IRR 10% 수준으로 해외 컨소시엄에게 투자금을 보상해준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대비 약 8000억원을 더 얹어서 갚아주는 대신, SK이노베이션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했다. 바로 메리츠증권이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조달하는 8조원 중 약 5조원은 메리츠증권에게서 조달할 예정이다. 나머지 3조원 중 약 4000억원은 SK이노베이션의 모회사인 SK(주)가,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은행·증권 등 금융사가 부담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투자자로 부상하게 된 메리츠증권은 5조원에 대해 IRR 약 5%대를 SK측으로부터 보장받았다.

SK측 입장에선 기존 투자자 대비 더 낮은 수익률을 보장하며 재무부담을 덜었고, 메리츠증권은 대기업과의 대형 딜을 따내며 ‘정통 IB 영역’을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5조원 중 2조원을 PRS형식으로 SK온에 지급한다. 메리츠증권은 2조원 중 1조4000억원을 ‘선순위’로, 6000억원을 ‘후순위’로 구분하고, 선순위는 4.3% 금리로 셀다운(다른 기관에 판매)하고, 나머지 후순위에 대해 7%대 금리를 메리츠증권이 부담하는 ‘구조화’를 했다.

메리츠증권 내부 목표 수익률인 IRR 7%를 달성하면서, 2조원 조달과 관련해 SK측과 합의본 5% IRR 금리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 대해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 지급보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SK온 PRS의 선순위 후순위는 무의미하기 때문에 메리츠증권의 셀다운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날 SK온은 PRS 형식으로 약 2조원을 조달한다는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캐피탈사 입장에선 회사채 3년물 금리(2.9%)에 비해 4.3% 금리가 매력적이어서 메리츠증권에게 문의를 많이 해왔다”라며 “셀다운 자체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은 약 11조원(별도재무제표 기준)인데, 이번에 SK온은 2조원을 추가로 확충하며 약 3000억원은 기존 부채를 갚고, 1조7000억원은 원자재 구매 등 사업 확장에 쓰겠다고 공시했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안이 30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되자,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애프터마켓서 7%대 상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합병한 SK E&S LNG발전사업부를 담보로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약 3조원을 올해 하반기 중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발표는 SK그룹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해서 마련됐다.

다만 IB업계선 일련의 흐름이 결국 SK E&S의 알짜사업부를 담보로 이뤄진 것이어서, 향후 경영이 나빠질 경우 SK E&S 사업부를 투자사에게 뺏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SK E&S 도시가스사업부는 KKR에게, 그리고 이번에 SK E&S LNG사업부는 메리츠증권에게 사실상 담보가 잡혔다. SK이노베이션이 투자사에게 약속한 IRR 조항을 어길 경우, KKR과 메리츠증권은 해당 담보자산을 자신들이 가져갈 수 있다.

마치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며 60여개 홈플러스 알짜 매장을 담보로 잡았고,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담보권을 행사하며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SK측이 재무부담을 덜게 됐지만, 결국 핵심은 SK온 실적이 개선되서 흑자전환 되느냐에 있다”라며 “수년 내로 SK온이 살아나지 않으면, 투자사에게 SK E&S 핵심자산을 뺏기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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