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서 소고기·쌀 지켰지만…검역 협의 숙제는(종합)
농업인단체 "비관세장벽 협의 지켜볼 것…책임 있는 협상해야"현행법상 검역단계 축소 불가…농식품부 "소통강화 차원으로 이해"김용범 "검역 기술적 논의는 있을수도…쌀·소고기 추가개방은 없어"
조민정
입력 : 2025.08.03 14:27:08
입력 : 2025.08.03 14:27:08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키는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막았으나 농업인단체들은 아직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양국 간 농산물 검역 등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세부 협의가 더 진행될 수 있어서다.
3일 대통령실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협상단 수석대표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지난 달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현지 브리핑을 열어 "미국 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 자동차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을 포함해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업인들은 추가 협의 내용까지 일단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우리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축소와 시장 개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업인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농업인 단체 6곳으로 구성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앞서 성명을 통해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 장벽에 관해서는 앞으로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며 "농업계와 소통하며, 책임 있는 협상을 계속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한우협회도 성명을 통해 "정부는 미국의 비관세 장벽 축소, 시장 개방 확대 등 끊임없는 협의 요구에 대해 이번과 같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은 협의나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검역 절차 개선 협의에 대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검역 절차와 관련해 '개선'이라는 표현은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이고,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인 역량 제고를 강조한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금도 사과나 유전자변형작물(LMO)은 이미 시장이 개방돼 과학적 평가와 절차를 거치면 수입이 가능하다.
농산물 수입 검역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에 따라 병해충 위험 평가, 위험 관리 방안 작성 등 8단계로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식물방역법으로 농산물 수입 검역 절차를 정하고 있어 일부 단계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없고, 다른 과일의 위험관리 방안을 대신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작년 '금(金)사과 파동'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과 수입 요구가 거셌을 때도 검역 절차가 완료된 국가가 없어 사과를 수입하지 못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지난 1993년 신청한 사과 검역은 현재 8단계 중 2단계인 '수입위험분석 절차 착수'에 머물러 있다.
유전자변형작물(LMO)도 정부 승인을 받으면 식용과 사료용 등으로 수입할 수 있다.
이중 식용으로는 LMO 대두와 옥수수, 면화, 사탕무, 캐놀라, 알팔파 등 6종이 수입 승인을 받아 유통이 가능하다.
식용 LMO 감자는 농촌진흥청이 지난 3월 '적합' 판정을 내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 절차만 남은 상태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쌀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해선 한미 정부의 발표 내용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 염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정부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자동차와 쌀과 같은 미국 제품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한미 통상 협의에서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개방 폭이 더 늘어나는 것은 없다"고 말했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구 부총리도 "쌀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농산물 개방 추가 요구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통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번에 다 마무리 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검역 절차 단계를 줄이는 등 기술적 논의야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이 관심을 갖는 쌀·소고기 등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고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에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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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단은 우리나라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정치·정서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8년의 광우병 집회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련 사진은 농식품부의 수습 사무관이 직접 모았다.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수입 등 연료용 작물 수입 확대 카드를 준비했으나, 이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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