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왓챠, 사업 존속 '비상등'

입력 : 2023.04.17 16:54:18
제목 : '적자 수렁' 왓챠, 사업 존속 '비상등'
콘텐츠 늘리자 결손금 급증…투자 유치도 난항

[톱데일리] 국내 1세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플랫폼 왓챠가 결손금 증가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며 사업 존속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지분 매각이 무산되는 등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분간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여정이 험난할 전망이다.

◆ 사상최대 영업손실…콘텐츠 비용 474억원 부담

왓챠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733억원으로 전년(708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48억원에서 555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2016년 서비스 본격화 이후 가장 높은 매출 기록이지만 영업손실 또한 최대치에 해당한다.

왓챠의 손실이 늘어난 데엔 OTT 경쟁 심화에 따라 콘텐츠 수급 비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021년에 268억원 들었던 콘텐츠 수수료는 지난해 474억원으로 80% 가까이 늘어났다. 구조조정 여파에 퇴직급여가 23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지난해 인건비도 183억원으로 늘었다.

콘텐츠 투자와 함께 관련 상각 비용도 불어났다. 지난해 왓챠가 보유한 무형자산 중 판권에서만 457억원 상당의 상각이 발생했다. 보유한 콘텐츠의 상품성 하락 등에 따른 결과다. 지금까지 판권 확보로 투입한 894억원 중 749억원 상당이 상각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왓챠는 콘텐츠 확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일시적 지출이 늘었다는 입장이다. 왓챠 관계자는 "전반적인 콘텐츠 제작과 수급 비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의 영향"이라며 "하지만 향후 재무건전성 강화 측면에서 지난해 콘텐츠 비용을 미리 선 반영해 이전 대비 영업손실이 더 높게 잡힌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존속 능력 의문"…황새 좇던 뱁새 신세

자본력에서 열세인 스타트업 왓챠가 감당하기엔 최근 불붙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경쟁이 버거웠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를 제외하더라 도, 현재 국내 OTT 시장은 SK그룹(SK스퀘어)이 키우는 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와 CJ그룹(CJ ENM) 계열 티빙의 콘텐츠 투자 대결이 심화되고 있다. 후발주자 쿠팡플레이의 투자 활동도 매섭다.

실제로 지난해 콘텐츠 수급 명목으로 웨이브는 2111억원, 최KT시즌을 흡수한 티빙도 1169억원을 투자했다. 왓챠의 2~4배 규모를 상회한다. 게다가 자산 대비 콘텐츠 투자 비율이 웨이브는 53%, 티빙은 16% 수준인 반면, 왓챠는 자산(387억원) 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투자를 강행하는 상황이기에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진다.

투자 확장에도 이용자는 점점 떠나가는 실정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왓챠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달 기준 69만명으로 2년여 만(2021년 3월 약 139만명)에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1245만명), 티빙(460만명), 쿠팡플레이(409만명), 웨이브(370만명), 디즈니플러스(207만명) 순으로 집계됐다.

적자 누적으로 인해 왓챠는 지난해 말 결손금이 2388억으로 불어나며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 년째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데다가, 지난해엔 자본총계 -600억원으로 전년(-346억원)보다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감사를 맡은 신한회계법인은 왓챠의 존속 불확실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신한회계법인은 "왓챠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을 324억원 만큼 초과하고 있으며 총부채는 총자산을 600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왓챠가 보유한 금융부채만 918억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 80억원을 포함해 1년 내 갚아야 할 금융부채만 297억원인데 왓챠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년새 283억원에서 4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현재로선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 투자자 찾기 난항…신사업 '비상등'

최근 투자 유치 실패로 왓챠의 위기 탈출 방안은 더욱 묘연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에 나섰지만 투자 시장 위축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엔 박태훈 대표 주도로 회사 매각 카드까지 꺼냈지만 400억원 규모의 LG유플러스 투자도 최종 결렬됐다.

당장 사업적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나 추가적인 투자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는 수익모델 개편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앞서 왓챠는 지난해 추진하기로 했던 '왓챠2.0' 프로젝트도 잠정 보류한 상태다. 당초 영화 서비스를 넘어 음악, 웹툰까지 추가한 구독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었다.

신사업 관련 자회사 운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감으로 남는다. 앞서 왓 챠가 51% 지분을 인수한 음원 제작 및 유통업체 블렌딩은 지난해 적자 폭이 늘어나 순손실 53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100% 자회사 왓챠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순손실이 42억원으로 불어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진출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 9월 본격 진출한 일본 지사 'Watcha Japan'은 지난해 매출 6억원에 순손실은 53억원을 입으며 총자본은 -54억원을 기록하는 등 완전자본잠식을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 'Watcha Asia Pte. Ltd.'도 지난해 매출 없이 순손실 행진을 이어갔다.



왓챠 관계자는 "지난해 콘텐츠 비용을 미리 선반영해 올해 개선한 재무구조 아래서 콘텐츠 및 플랫폼 등 비즈니스를 영위함에 따라 영업손실 개선 등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재무 개선으로 투자를 받기 용이한 상황으로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해당 기사는 톱데일리(www.topdaily.kr)에서 제공한 것이며 저작권은 제공 매체에 있습니다. 기사 내용 관련 문의는 해당 언론사에 하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True&Live 증시뉴스 점유율1위, 인포스탁(www.infostock.co.kr)

기사 관련 종목

04.14 15:30
SK스퀘어 84,100 1,000 -1.18%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14 21:42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