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고수익 원하시죠”…넉달새 이 상품 504개 쏟아졌다는데, 무슨 일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입력 : 2024.10.28 07:11:36


퇴직연금 갈아타기(현물 이전)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계는 자사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늘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ETF로 대표되는 원리금 비보장성(고위험·고수익) 상품 투자비중이 전체 수익률을 판가름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ETF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은행, 보험사들은 4개월새 취급상품을 무려 20%나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취급상품 수가 증권업계에 비해 부족하고, 제도와 서비스 격차도 있어 이를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가 숙제다.

27일 매일경제신문이 적립금 규모 상위 10개사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ETF 취급상품 수(DC, IRP형 합산)를 집계한 결과 지난 6월말 대비 504개(1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던 증권사(미래에셋, 한국투자, 삼성)들도 현물이전 시행을 앞두고 129개의 상품을 추가(5.67%)했다. 그 결과 업체별 취급상품 수는 평균 800개를 넘어섰다.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은행, 보험사(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삼성생명)들은 375개 ETF를 추가(19.4%)했다. 업체별 평균 취급상품 수는 276개에서 330개로 늘었으며, 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500개가 넘는 상품을 보유하게 됐다.

‘퇴직연금 갈아타기’ 경쟁에서 얼마나 폭넓은 원리금 비보장 투자처를 제공하는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며 각 업체들도 ETF 확대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에 상품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묻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특히 수익률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은 이미 사전 조사까지 마치고 전문가를 통해 사후 검증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일경제가 최근 5년간 원리금 비보장성 상품(IRP, 최신자료인 3분기 기준)의 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IBK기업은행(4.45%)은 증권사들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오를 만한 기록을 냈다. 그러나 통합수익률은 은행권 안에서도 저조한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원리금 비보장성 적립금 비중이 15% 수준(원리금 보장·비보장 합산 대비)에 그친 결과다.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은 50%가 넘는 비보장성 비중을 보이며, 수익률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60%를 넘기고 있다.

이처럼 투자 비중 격차가 큰 것은 가입자의 투자 성향 차이도 작용했지만,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는 비보장성 상품에 투자할 때 제약사항이 많다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은행, 보험사 퇴직연금 계좌로는 실시간 ETF 매매가 불가능하다. 증시 변동성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 속에 익일 거래만 가능한 퇴직연금 계좌는 시장대응이 한 발 늦을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수수료율 격차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비용부담률은 은행이 0.412%로 가장 높고, 생명보험사(0.333%), 증권사(0.325%), 손해보험사(0.306%)의 순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운용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알고리즘으로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영업점 연금센터에 경력 10년 이상의 프라이빗뱅커(PB)를 배치해 연금 상담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계좌까지 확대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퇴직연금 납입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적립액수가 크지 않아 수익률에 큰 관심이 없던 고객들도 납입금이 늘어나며 고수익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찾는 수요를 노려 관련 서비스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도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강화, 전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무기로 수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B국민은행은 1대1 자산관리 상담서비스를 도입해 전문가와 바로 상담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4개월간 펀드·ETF 확대폭이 가장 크며, 하나은행은 투자상품군에 채권을 추가하고 비대면 채널을 통해 실물이전 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이렉트 마케팅팀을 신설해 상담수요를 끌어올 계획이며,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IRP 비대면 수수료를 면제했다.

전문가들은 실물 이전 서비스와 맞물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인구 구조 변화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재정 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아직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미흡하지만 2050년께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최대 노후기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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