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심리적 저항선'도 위태위태 … 韓경제 '시계 제로' [다시 트럼프 시대]

이희조 기자(love@mk.co.kr),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4.11.06 18:01:21 I 수정 : 2024.11.06 20:39:23
요동치는 금융시장
원화값 약세 한동안 이어질 듯
안정세 물가 다시 자극할 우려
한은 기준금리 추가인하 발목
28일 열릴 금통위에 쏠린 눈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6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증시와 환율 지표가 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급락했으며 코스피 역시 하락으로 돌아섰다. 이승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한동안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에 근접한 것도 이러한 시장의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이날 원화뿐만 아니라 엔화·위안화 등 대부분 통화가 약세를 보였다. 유럽 시장에서도 장 개장과 함께 유로·파운드 등이 급락했다. 주요 6개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역시 전날 대비 1.6%가량 오르며 105를 넘어섰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오후 3시 30분 1396.2원에 마감하며 '심리적 저항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원화값이 1400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16일이 마지막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법인세·소득세 감세와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법인세와 소득세 같은 내국세를 깎아주는 조치나 관세를 올리는 조치는 미국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덜 내고 수입품 가격이 비싸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게 되고 이 결과 달러가 강해질 것이란 논리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선거가 끝나도 원화값은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며 "1~2주가 지나면 되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과 지속적인 원화값 하락이 가뜩이나 기초체력이 약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재정적자와 수출 증가세 둔화를 겪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실현되면 관세 문제가 가장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국에 고관세를 매기고 한국에 저율관세를 적용하면 일견 유리한 부분도 있겠지만 한국이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만만치 않아 수출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산업생산 동향도 위태로워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 8월 전월보다 1.3% 증가했지만 9월에는 0.3% 감소했다. 내수 상황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8월에는 1.7% 늘었지만 9월에는 0.4% 줄어들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안정 국면을 보이고 있는 물가가 자극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물가가 뛰고, 이는 겨우 기지개를 켠 내수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는데 자칫 향후 통화정책이 꼬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게 됐다.

한은은 8일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하에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원화값 변동성이 커진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구두개입과 물량개입 여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은의 올해 마지막 통화방향 결정 회의인 금융통화위원회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내놓은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금리정책 방향성)에서는 금통위원 절대다수가 향후 3개월간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원화값에 대한 하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이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희조 기자 / 오수현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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