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별도의 법적 대응에 나서려는 소액주주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복수의 법무법인이 지원에 나서며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법무법인 강한(담당변호사 김준태)은 고려아연의 공시 및 유상증자 관련 피해 주주를 모아 금감원에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익활동(PRO BONO) 차원에서 진정 제기는 무료로 진행한다. 이와 별도로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가처분, 피해발생에 따른 집단소송 등도 제기할 예정이다.

강한 측은 대항 공개매수(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허위 공시 혐의, 부양된 주가를 유상증자 발표로 폭락하게 유도한 부정거래 혐의로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 뒤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특히 조달 금액 2조5000억원 중 2조3000억원이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쓰인다고 밝혔다.

강한 측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의 대부분을 공개매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에 쓴다고 밝히며 ‘허위공시’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준태 법무법인 강한 변호사는 “기존 경영진은 공개매수에 소요되는 단기차입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변제할 계획을 미리 세웠던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허위공시까지도 불사함으로써 일반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가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15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고려아연 주식을 반값도 안 되는 67만원(잠정)에 발행해서 그 중 20%를 기존 경영진의 우호세력으로 보이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해 고려아연 기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라는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부정한 수단, 계획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법무법인 한별(담당변호사 이성우)도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결정에 책임이 있는 고려아연 대표이사와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별 또한 공개매수 공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안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부당한 재산상의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고려아연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져 소송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소송은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보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주 소송 등으로 다퉈볼 여지가 큰 만큼, 또 다른 법무법인들이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선물 거래의 경우 일반 투자자보다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며 “추후 선물 거래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