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에 발목잡힌 삼성전자 조직개편 속도 기대 못미쳐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입력 : 2024.11.13 17:50:14 I 수정 : 2024.11.13 23:12:57
입력 : 2024.11.13 17:50:14 I 수정 : 2024.11.13 23:12:57
'AI 반도체' HBM 기술 뒤처져
엔비디아 납품까지 산넘어 산
신흥국 투자 정리하는 외국인
한국주식도 비중 축소 나서
외국인 코스피서 1.1조 팔때
삼성전자는 1.8조 넘게 순매도
◆ 금융시장 퍼펙트스톰 ◆
한때 '10만전자'를 꿈꿨던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선까지 위협받게 된 원인에 대해 반도체 업계와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긴급 진단했다.
HBM 등 기술 격차 여전
인공지능(AI) 학습·추론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있어 삼성전자와 경쟁사 간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는 42.4%, 마이크론은 5.1%로 예상된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이미 양산을 시작한 12단 HBM3E를 삼성전자는 개발만 완료한 상태일 정도로 기술 격차가 있다. 수율 측면에서는 마이크론에도 밀린다.
SK하이닉스가 올해 9월부터 양산한 12단 HBM3E 칩은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12단 HBM3E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민희 BNK투자증권 IT·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 주요 고객사로부터 HBM3E 8단 제품에 대한 품질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미 고객사의 신제품 라인업이 12단으로 수정됐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도체 투자효율성, 생산성 지표가 경쟁력 저하 우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8단 제품에 대한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말했지만,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경쟁사와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까지 HBM4 개발과 양산에 모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에 제공할 '커스텀 HBM4'를 개발 중이다.
기술력 부재 아닌 전략의 부재
또 다른 문제는 조직 쇄신이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의 문제점은 기술력이 아닌 전략 이슈라고 진단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기보다는 최적의 반도체 전략을 이루기 위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지 못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삼성의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안건 조율이 더뎌졌다. 삼성은 그동안 회장 직속의 참모 조직인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중장기 사업계획을 구상했다. 1959년 회장 비서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처럼 이름을 바꿨지만 기능은 이어졌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임시로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구축했지만, 수년째 TF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기대와 달리 인력 효율화 및 조직 개편이 늦어지며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위기론에 대해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메시지를 냈지만, 후속 조치가 늦어지고 있다. 이달 초 인력 효율화 작업 및 조직 정비를 기대했다.
삼성전자 버리는 외국인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외국인투자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관세 우려, SK하이닉스와 롱숏 플레이(SK하이닉스 매수·삼성전자 매도), 신흥국 비중 축소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자 외국인들은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과 더불어 거세질 관세 폭탄에 직격탄을 맞을 한국, 대만 등 대미수출 흑자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중이다.
외국인이 한국 투자에 주로 활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EWY)'인데 여기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외국인이 한국 비중을 줄일수록 삼성전자 순매도세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 투자를 유지하고 싶은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를 순매수하고, 삼성전자는 순매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HBM을 공급해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이 88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10월 초 실적 발표를 앞두고 HBM 기술 격차에 따른 실적 우려 등이 투자 불안 심리를 부추기며 자금 이탈을 불렀다.
지난 8월 마지막 주부터 외국인이 순매수로 장을 마감한 날은 9월 2일과 10월 28일, 10월 29일 총 3일뿐이었다.
한 달 전 코스피 시가총액 2117조원 중 삼성전자는 354조원으로 16.72%를 차지했다.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15.32%로 줄었다.
[이상덕 기자 / 정상봉 기자 / 김제림 기자]
엔비디아 납품까지 산넘어 산
신흥국 투자 정리하는 외국인
한국주식도 비중 축소 나서
외국인 코스피서 1.1조 팔때
삼성전자는 1.8조 넘게 순매도
◆ 금융시장 퍼펙트스톰 ◆
한때 '10만전자'를 꿈꿨던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선까지 위협받게 된 원인에 대해 반도체 업계와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긴급 진단했다.
HBM 등 기술 격차 여전
인공지능(AI) 학습·추론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있어 삼성전자와 경쟁사 간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는 42.4%, 마이크론은 5.1%로 예상된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이미 양산을 시작한 12단 HBM3E를 삼성전자는 개발만 완료한 상태일 정도로 기술 격차가 있다. 수율 측면에서는 마이크론에도 밀린다.
SK하이닉스가 올해 9월부터 양산한 12단 HBM3E 칩은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12단 HBM3E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민희 BNK투자증권 IT·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 주요 고객사로부터 HBM3E 8단 제품에 대한 품질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미 고객사의 신제품 라인업이 12단으로 수정됐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도체 투자효율성, 생산성 지표가 경쟁력 저하 우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8단 제품에 대한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말했지만,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경쟁사와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까지 HBM4 개발과 양산에 모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에 제공할 '커스텀 HBM4'를 개발 중이다.
기술력 부재 아닌 전략의 부재
또 다른 문제는 조직 쇄신이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의 문제점은 기술력이 아닌 전략 이슈라고 진단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기보다는 최적의 반도체 전략을 이루기 위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지 못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삼성의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안건 조율이 더뎌졌다. 삼성은 그동안 회장 직속의 참모 조직인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중장기 사업계획을 구상했다. 1959년 회장 비서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처럼 이름을 바꿨지만 기능은 이어졌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임시로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구축했지만, 수년째 TF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기대와 달리 인력 효율화 및 조직 개편이 늦어지며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위기론에 대해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메시지를 냈지만, 후속 조치가 늦어지고 있다. 이달 초 인력 효율화 작업 및 조직 정비를 기대했다.
삼성전자 버리는 외국인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외국인투자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관세 우려, SK하이닉스와 롱숏 플레이(SK하이닉스 매수·삼성전자 매도), 신흥국 비중 축소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자 외국인들은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과 더불어 거세질 관세 폭탄에 직격탄을 맞을 한국, 대만 등 대미수출 흑자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중이다.
외국인이 한국 투자에 주로 활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EWY)'인데 여기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외국인이 한국 비중을 줄일수록 삼성전자 순매도세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 투자를 유지하고 싶은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를 순매수하고, 삼성전자는 순매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HBM을 공급해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이 88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10월 초 실적 발표를 앞두고 HBM 기술 격차에 따른 실적 우려 등이 투자 불안 심리를 부추기며 자금 이탈을 불렀다.
지난 8월 마지막 주부터 외국인이 순매수로 장을 마감한 날은 9월 2일과 10월 28일, 10월 29일 총 3일뿐이었다.
한 달 전 코스피 시가총액 2117조원 중 삼성전자는 354조원으로 16.72%를 차지했다.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15.32%로 줄었다.
[이상덕 기자 / 정상봉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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