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꼭지는 왜 없는거야?”…농민들, 연간 수백억 써가며 반드시 떼는 이유는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4.11.17 14:52:51 I 수정 : 2024.11.17 14:56:03
사과, 꼭지 떼기 작업에 연간 650억
작업 인력 구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
꼭지 떼지 않은 ‘꼭지사과’ 유통 절실
사과 꼭지 떼어내는 건 한국이 유일
사과 1위 청송군서 전국 확산 앞장
한국사과연합회·농민단체 등 참여


경북 청송군과 한국사과연합회가 15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꼭지사과’ 전국 확산을 위한 홍보와 특판 행사를 갖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윤경희 청송군수, 서병진 한국사과연합회장.
“이젠 소비자 여러분들이 반드시 꼭지 달린 사과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15일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을 찾아 장보러 나온 시민들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그의 옆에는 서병진 한국사과연합회장과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심천택 한농연 청송군연합회장 등 우리나라 대표 과일인 사과 생산자와 농민단체, 농협 관계자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 했다.

윤 군수가 이날 서울로 올라온 이유는 꼭지를 떼지 않은 이른바 ‘꼭지사과’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윤 군수는 “사과를 수확한 뒤 꼭지를 떼어내기 위한 작업에 드는 시간과 인력,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꼭지를 떼어내지 않은 사과를 유통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열었다. 청송군에서만 사과 수확 후 꼭지를 떼어 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무려 연간 9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청송군과 한국사과연합회가 진행한 ‘꼭지사과’ 특판 행사장에 설치된 사과 조형물이 탐스럽다.
윤 군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한창 사과를 수확하고 출하하는 시기에 꼭지까지 떼어내려면 일할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며 “더구나 꼭지를 그대로 두어야 사과를 오랫동안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무조건 ‘꼭지사과’를 유통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사과 꼭지를 떼어낸 채 유통하는 곳은 없다”며 “사과를 3개월간 보관하는 경우 꼭지를 떼어내지 않으면 수분 증발량이 4% 줄어들어 더 신선한 사과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꼭지사과 전국 확산을 위해 청송군이 발벗고 나선 이유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과 산지이기 때문이다. 청송군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연간 7만5000t~8만t선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3~14%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과가 생산되는 지역이 바로 청송이다. 전체 농가의 70% 가까운 농가가 사과를 재배할 정도로 청송군은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사과 농장의 평균 해발고도가 250m로 날씨가 선선하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사과 재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고객들이 청송군에서 올라온 꼭지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사과군수’라는 별명을 가진 윤 군수는 “청송군에서는 이미 절반 정도 농가들이 꼭지를 떼어내지 않은 꼭지사과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며 “만약 전국의 사과 농가들이 사과 꼭지를 떼어내지 않고 유통할 경우 연간 650억원 정도의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신선도를 더 잘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더 맛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농산물 유통업자들이 꼭지를 떼지 않고 사과를 유통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이 문제다. 윤 군수는 “꼭지가 달린 채로 유통하다보면 꼭지 끝부분이 다른 사과를 찔러 상처가 나는 경우가 있어 유통업자들이 꼭지사과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군수는 “그러나 사과 수확 후 꼭지를 떼어내는 작업을 하다가도 잘못 찔러서 사과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꼭지사과를 유통하는 것이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며 “정부와 농협 차원에서 꼭지사과 유통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윤경희 청송군수(왼쪽)가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구매 고객에게 꼭지사과를 실어주고 있다.
꼭지사과의 전국 확산에 적극적인 청송군과 한국사과연합회는 이날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서 특판행사를 갖고 소비자들에게 꼭지사과의 우수성을 알렸다. 농협은 양재와 창동, 고양, 성남, 수원 등 하나로마트 수도권 5개 매장에서 오는 24일까지 특판행사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사과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서병진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은 특판 행사장에서 “최근 가을 더위가 지속되면서 겉이 갈라진 사과가 많이 수확되고 있어 올해도 작황이 안 좋을 가능성에 걱정이 많다”며 “사과 꼭지를 떼어내지 않고 유통해야 우리 사과 농가들 사정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꼭지사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사과 산업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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