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시총 2천억 이상 상장사 절반이 TSR '미달'
성장만 몰두하다 경영권 공격 구실 될수도



이익을 낸 만큼 주주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국내 대형 상장사가 250개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행동주의 캠페인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경각심이 요구된다. 3일 매일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순이익 증가율보다 총주주수익률(TSR·연평균 기준)이 낮은,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249개였다. 시총 2000억원 이상 상장사 총 452곳 중 55%에 달한다.

대표적인 기업(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주가순자산비율 2배 미만)으로는 카카오뱅크(5년간 이익성장률 대비 TSR -118.10%포인트), 솔루스첨단소재(-104.39%포인트), HD현대건설기계(-82.92%포인트) 등이 꼽혔다. S-OIL(-74.79%포인트), LG전자(-59.77%포인트),CJ대한통운(-55.31%포인트) 등도 순이익 증가율에 비해 TSR이 현저히 낮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창출한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거나 비효율적인 재투자에 활용하면서 TSR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지배구조적인 문제로 투자자 신뢰가 저하돼 기업 펀더멘털에 비해 가치가 저평가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행동주의 캠페인에 빌미를 줄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5년간 행동주의 캠페인 동향을 분석한 결과 전체 가운데 69%는 S&P글로벌 1200 TSR 중간값(약 8%)보다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행동주의펀드 위세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TSR 제고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회사가 높은 수익성에 버금가는 TSR을 유지하고 있다면 행동주의펀드가 제기하는 비판의 타당성이 약해지고, 경영진은 상대적으로 강한 방어 논리를 가질 수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사회나 경영진은 주주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미션을 부여받은 셈"이라며 "회사 이익이 늘었는데도 주가가 오르거나 배당을 늘리지 않았다면 행동주의 캠페인이 공감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총주주수익률(TSR)

주가 상승분과 배당 수익을 결합해 회사가 실질적으로 주주들에게 투자 대비 돌려준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TSR이 순이익 성장률보다 작다면 순이익이 느는 동안 주주에게는 그만큼 과실이 돌아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우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