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s Law] [기업법칼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비하인드
입력 : 2023.05.30 10:20:44
제목 : [Top's Law] [기업법칼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비하인드
이행보증금 몰취 법적근거 두고 산은과 8년간 법적분쟁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알려지며 파기환송 '반전'[톱데일리]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전략적 투자가 마무리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사명을 '한화오션㈜(Hanwha Ocean Co., Ltd.)'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 개정과 9명의 이사 선임 등의 의안을 의결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 등 5개 계열사들이 약 2조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화오션 지분 총 49.3%를 확보함으로써 한화오션의 대주주가 됐다. 기존 대주주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지분은 55.7%에서 28.2%로 줄어들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려 8년에 걸친 산은과의 법적 분쟁이 있었다.
지난 2008년에 한화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과 경합 끝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예정 인수 규모는 6조 3000억원이었다. 한화는 산은과 체결한 양해각서에 실사(예비실사)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해 12월 19일까지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명시했다.
한화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315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저지 등에 따라 한화는 실사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한화는 매각 대금 분할납부, 실사 후 본 계약 체결 등의 조건 변경을 산은에 요구했다. 그러나 산은은 이 요청을 거부했고 결국 한화는 본 계약 체결을 포기했다. 산은은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했다. 한화는 2009년 이행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산은에 소를 제기했다.
한화와 산은과의 소송전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년간 무려 4심까지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산은으로부터 이행보증금 3150억원의 40%(지연이자 제외) 정도를 돌려받는 것으로 결론났다.
위 사건의 쟁점은 산은이 이행보증금을 몰취한 법적 근거였다. 한화는 이행보증금이 위약금이라고 주장했고, 산은은 위약벌이라고 맞섰다. 위약벌은 손해배상액 예정의 개념인 위약금과 달리 계약 위반에 대한 징벌적 제재금이다. 따라서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재량으로 일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위약금(민법 제398조 제2항)과 달리, 공서양속 위반 등에 따라 무효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감액이 어렵다(민법 제103조, 민법 제104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계약 양해각서 제12조 제2항은 한화컨소시엄의 책임있는 사유에 의해 해제되는 경우 이행보증금 및 이자는 위약벌로서 산은에 귀속한다고 정했다. 반면 제12조 제4항에서는 양해각서가 해제될 경우 제2항, 제3항에 규정된 구제수단만이 유일한 구제 수단이며 기타의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 등 일체의 다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즉 제12조 제2항에는 위약벌이라고 기재됐지만, 제4항에서는 다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위약금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
한화는 산은이 실사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노조의 실사저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양해각서 체결 이후 지속되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 때문에 최종계약 체결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행보증금 몰취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2011년 1심 판결과 2012년 2심 판결은 이행보증금을 모두 위약벌로 해석했다. 그리고 한화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공서양속에 위반되는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한화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특히 2심에서는 상장기업의 공시의무와 워크아웃절차의 자금관리절차상 우발채무의 발생이나 자산가치 부실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았다. 이 점에서 기업실사(Due Diligence)가 중요한 의미를 가짐에도 산은의 강요로 실사 없이 최종계약을 체결하는 조항을 두게 됐고 이행보증금 몰취하는 규정을 두어서 불공정성이 있다는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화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여기서 반전이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이 연이어 보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급 정도 되는 회사라서 실사여부가 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던 논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셈이다. 2016년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만일 위약벌로 해석되려면 특별한 사정이 주장되고 증명돼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한화와 산은 사이에 양해각서 제12조 제4항 등에 따르면 이행보증금 외에 다른 일체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규정 등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그 취지를 보면 모든 금전적인 문제를 오로지 이행보증금 몰취로만 해결하기로 한 것, 즉 위약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워크아 웃기업에서도 우발채무 등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워크아웃기업의 M&A에서 실사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화가 당시 실사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고 그래서 산은이 3150억원 이행보증금을 전액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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