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만 있는 것 아니다” AI 투자 열풍...AMD·마벨·브로드컴 ‘들썩’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입력 : 2023.05.30 16:05:53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열풍’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상승세에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에서 ‘게임 체인저’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MD·브로드컴·마벨테크놀로지 주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생성형 AI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먹거리인 데이터센터 사업의 판 자체를 크게 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0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등한 다른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수혜주인지 아닌지 옥석가리기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실적 발표날 엔비디아는 오는 2분기 매출이 11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시장 예상치(71억8000만달러)보다 53% 높은 수준이었다. 엔비디아는 시장을 깜짝 놀래키며 이틀 동안 27.5% 오른 3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로 AMD·브로드컴·마벨테크놀로지도 이틀 동안 주가가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가운데 AMD 주가가 같은 이틀 동안 17.3% 올랐고 브로드컴도 19.6% 상승했다. 반면 경쟁사인 인텔은 지난 25일 5.5% 하락했으나 다음날 5.8% 상승 마감했다. 인텔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34% 하락하는 등 AI 수혜에서 빗겨난 모습이다. 퀄컴도 이틀 동안 7.1% 오르는 데 그쳤다. 대중 비중이 높은 퀄컴(64%)·인텔(27%)은 미중 갈등 리스크로 상승폭이 제한됐다.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마벨테크놀로지의 가파른 급등세가 눈에 띄었다. 올해 들어 주가가 82% 올랐는데 최근 이틀 동안 무려 42.5% 올랐다. 마벨테크놀로지의 매튜 머피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AI 관련 매출이 최소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해 투자 기대감을 샀기 때문이다.

마벨은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에 반도체 기반 제반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다. 주요 사업은 클라우드 및 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 부문으로 전체 매출의 33%(올해 4월 기준) 차지한다. AI 도입, 네트워크, 서버 및 스토리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부문(27.6%), 통신 인프라 부문(21.9%)을 영위한다. 이외 PC, 게임 콘솔 등 컨슈머 부문(10.8%)과 자율주행 등 자동차 부문(6.8%)도 영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마벨의 목표 주가를 46달러에서 6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등급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토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 이후 데이터 센터 상호 연결, 광학 디지털 신호 프로세서, 맞춤형 애플리케이션별 집적 회로 등 인공지능 관련 모멘텀이 구축되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AI 테마가 시장 전체를 떠받치는 현재 상황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마벨의 경우 탄탄한 실적보다도 CEO의 AI와 관련된 한마디에 주가가 단기 급등했기 때문이다. 마벨은 1분기 매출 13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9%, 전분기 대비 7% 감소한 수준이다. 마벨은 올해 2분기 13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파트너스의 마이클 멀래니 애널리스트는 “물론 좋은 회사들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면서 “이것은 열풍이라기보단 광란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AMD는 엔비디아와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AMD는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 및 판매하는 팹리스 업체다. 전체 매출에서 게이밍 부문이 32.4%(올해 3월 기준)를 차지하고, 네트워킹용 칩인 임베디드 부문 28.9%, 데이터센터 부문이 23.9% 비중이다.

최근 AMD는 1분기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54억 달러를 발표해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실적 발표가 빨랐던 AMD와 인텔의 실적이 저조해서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시장 예상치가 낮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AMD는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고 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AMD에 대해 “증가하는 AI 수요에 맞춰 신제품 (Ryzen 7040, MI300)을 출시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임베디드 부문에서는 자일링스 인수 효과로 큰 폭으로 성장 중이며 자사주매입을 크게 늘려 자기자본수익률(ROE)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올해 46.8% 올랐다. 지난 23일 애플은 수년간 5세대 이동통신(5G) 무선주파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신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브로드컴 주가는 1.2% 올랐다. 이어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이틀 동안 19.6% 올랐다.

브로드컴의 주요 사업 부문인 네트워킹과 서비 및 스토리지의 고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네트워킹은 고객사의 이더넷 스위칭 칩 및 네트워킹 솔루션 채택이 반영됐고, 서버 및 스토리지 부문은 데이터센터향 컨트롤러 신제품 호조 덕분이다.

브로드컴은 반도체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종목으로도 유명하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섹터의 높은 변동성을 감내하고 싶지 않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대안”이라며 “이번 실적에서도 상대적 안정성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가 새로운 AI 슈퍼컴퓨터를 선보였다고 야후파이낸스가 지난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엔비디아 측은 새로운 DGX GH200 슈퍼컴퓨터는 단일 GPU 역할을 할 수 있는 256개의 GH200 슈퍼칩을 결합해, 이전의 반도체보다 메모리가 약 100배에 달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172% 올랐다. 현재 시가총액이 9600억 달러에 달한다. 엔비디아가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게 되면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1조달러의 벽을 넘어서는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미국 증권가 전체로 확대해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아마존에 이어 다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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