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가능할까요? 야채 빼주세요”…음식점주들 ‘한숨’만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입력 : 2023.06.05 10:16:43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외상’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져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장님, 임신한 아내가 사흘째 못 먹고 있어요.”

“아이 밥 먹어야 하는데 외상 가능할까요? 야채 빼주세요.”

고물가 기조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지출 부담이 모두 확대된 가운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외상’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져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식당가에는 ‘외상 배달 요청’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배가 너무 고픈데 당장 수중에 돈이 없으니 외상이 가능하겠느냐는 요구가 배달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사연도 제각각 다양하다. 자영업자들이 공개한 주문서를 보면 “내일 돈을 드리겠다. 가능하면 야채 빼달라. 아이를 혼자 키운다”라거나 “20일에 3만원 보내주겠다. 배가 고프다”, “어제부터 아이한테 밥은 못 먹이고 과자만 먹였다” 등이 적혔다.

한 소비자는 “어제부터 밥을 못 먹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내일 돈 들어오는데 내일 이체해드리면 안 되겠느냐”며 2만원 상당 갈비탕을 주문했다. 눈여겨볼 점은 배달비가 4500원이나 나오는 먼 가게에서 주문하면서 공깃밥에 소면, 깍두기, 김치까지 추가로 요청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외식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데다 배달비 논란으로 관련 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이미 영업이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인건비를 줄 여력이 없어 직원 수까지 줄이는 마당에 외상 요청까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배달앱을 통한 비대면 주문문화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과거보다 외상을 요청하기가 손쉬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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