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 폭락사태 이후 최대낙폭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형제 中업체 美공장 승인에 10%↓ 빚투 반대매매 경고음도 여전
◆ 금융시장 또 혼돈 ◆
파랗게 질린 국내증시 5개 종목의 동반 하한가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내려간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세판이 이날 하락한 종목들 종가로 채워져 있다. 김호영 기자
14일 일부 종목의 동반 하한가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2% 떨어진 반면 코스닥은 2.79% 떨어졌다. 코스닥이 하루에 2% 이상 빠진 것은 지난 4월 SG증권 사태로 8개 종목의 연속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뒤 이날이 처음이다.
개인투자자가 공격적인 순매수에 나서며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까지 줄줄이 급락했다. 5개 종목이 동반 하한가를 기록했던 낮 12시를 전후로 코스닥 대형주 역시 급격히 낙폭을 키웠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주가지수 하락은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SG증권 사태 때 '트라우마'를 투자자들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 급락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빚투 반대매매 급증에 따른 추가 하락의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 들어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빚투에 대한 반대매매는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달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가 1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8거래일 만에 3615억원에 달했다.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에도 452억원으로 지난달(48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미수거래에 따른 수치만을 집계한 것이다. 증권사별로 이뤄지는 신용융자거래 등에 따른 것까지 더하면 반대매매 규모는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매매가 많은 것은 무엇보다 미수거래가 늘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수거래 규모는 지난 4월 하루 평균 2000억원 수준이던 것이 급증해 현재 5000억원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신용융자 규모도 최근 들어 다시 소폭 상승하며 이달 12일 기준으로 18조9105억원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올 들어 증시를 견인해온 배터리주가 최근 다시 최고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주가가 올라선 데 따른 불안감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1~2위에 해당하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이날 중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안을 연방정부가 허가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크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에 양극재와 음극재 공장을 짓는 안을 미국 정부기구인 투자적정성심사기구에서 승인했다는 게 폭스뉴스를 통해 알려졌다"면서 "이 소식이 알려지며 2차전지주 대표주자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에코프로비엠은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을 합해 2000억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고, 에코프로도 외국인과 기관을 합해 1200억원의 순매도 물량이 출회됐다.
엘앤에프 역시 이날 9.24%나 하락한 25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엘앤에프는 신용잔고가 127만주나 돼 신용잔고율은 이날 기준 3.5%다. 이날 엘앤에프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매를 합해 1000억원 넘는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