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날라가는데…‘실적 우려’ 공회전하는 현대차·기아, 어쩌나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입력 : 2023.06.17 13:15:01
현대차가 이달초 출시한 2024 팰리세이드 블랙 에디션의 모습. [제공 : 현대차]


올 상반기 두드러진 주가 상승세를 보이던 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들어서는 눈에 띄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차 인도가 지연되면서 꾸준한 호실적을 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미끄러질 것이란 ‘피크아웃(Peak Out)’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19만9400원에 마감해 1개월 전 대비 2.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480선에서 2620선까지 5.73%나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기아는 최근 1개월새 주가가 6.64%나 빠져 현대차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미국 증시에서 전기차 대표종목인 테슬라가 올해 들어 118달러에서 250달러선까지 105.38%나 상승했고 이달 들어서도 주가가 25% 이상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현대차, 기아 주주들의 속은 쓰릴 수 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증시에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던 종목이었다. 지난 5월 중순까지 현대차는 40.07%, 기아는 54.97%나 주가가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강했던 것은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 9조819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도 지난해 7조23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호실적은 지난 1분기에도 이어졌다. 지난 1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조5927억원, 2조87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제치고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번 회사 1, 2위에 현대차, 기아가 이름을 올렸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소비가 빠르게 얼어붙는 와중에 유독 자동차 회사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호실적을 낸 것을 두고 코로나 팬데믹 당시 벌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를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차량 계약에서 인도까지 1년 넘게 걸리면서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뒤늦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현대차의 최근 1개월간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파이낸스]


반대로 최근에는 신차 인도 지연에 따른 실적 개선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Fn가이드 기준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6089억원, 3분기는 2조8780억원으로, 지난 1분기를 정점으로 서서히 감익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할부금리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이 더 비싸지면서 신차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경쟁 강도가 서서히 강해지면서 차량딜러들의 인센티브도 올라가는 등 전반적으로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들도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자동차주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신차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고 SUV나 고가 차량 중심의 판매 호조도 지속되고 있다. 또 원자재와 운송비용 하락 등 실적에 긍정적인 부분도 적지 않고, 실적 개선에 비해 주가는 덜 올라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저평가라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경우 10년 전인 지난 2013년 6월 14일 종가가 19만7000원으로 현재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자동차 업종을 바라볼 때 섣부른 피크아웃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와 차량용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라 잃어버린 3000만대의 자동차는 올해부터 몇년간 이연 수요로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도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1조 7040억원, 8조 2820억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배, 8배 가량 상승했다”라며 “역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가총액과 순이익은 괴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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