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코로나 특수가 끝나자 국내 진단키트 관련주들의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영업손실 현실화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시가총액이 최고점 대비 80% 이상 증발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진단키트 대장주 에스디바이오센서 주가는 올해 들어 53% 하락했다. 지난해 초 8조10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1조4790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씨젠, 휴마시스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3%, 34% 떨어졌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 주가는 팬데믹 당시 기록한 역사적 고점에서 각각 82%, 85% 급락했다.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주식을 각각 누적 380억원, 295억원 순매도 했다. 팬데믹 때 20%를 훌쩍 넘었던 씨젠의 외국인 보유율은 현재 12%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엔데믹(풍토병화) 시대 전환에 따른 진단키트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포트폴리오에서 진단키트가 포함된 면역화학진단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90%에 달한다. 씨젠의 경우에도 코로나19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57%로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2조6592억원에 달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면역화학진단 부문 매출액은 올해 2119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사업 악화에 전체 실적도 악화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올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매출액은 8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583억원의 적자 전환이 우려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1조1466억원에 달했는데 불과 1년 새 손실로 바뀌는 셈이다. 씨젠의 올해 추정 매출액도 3562억원으로 지난해(8536억원) 대비 5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99% 급감이 전망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이달 중순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체외진단업체인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했는데 출자금 외 인수 금융으로 충당한 자금 일부를 유상증자를 통해 메우겠다는 취지다.

보통 유상증자는 주가 흐름에 악재 요소로 평가된다. 주식 수가 대거 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계열사인 바이오노트가 이번 유상증자에 2600억원 규모로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 내림세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진단키트 관련주들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키움증권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목표주가를 종전 4만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하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씨젠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9000원에서 2만5800원으로 내렸다.

실망 매물이 쏟아진 상황에서 시장은 비 코로나 사업 매출 증진을 기대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언 바이오 인수가 기회가 될 수 있다. 메리디언 바이오는 다수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득 했고 미국 내 영업망, 대형 바이오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비용 효율화 등 사업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며 “비 코로나 부문 매출, 실적이 개선될 때 해외 업체들과 비슷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씨젠은 코로나 외 호흡기, 여성건강, 소화기 등 진단 제품들의 매출액이 증가하는 점이 기대된다. 올해 1분기 비 코로나 부문 진단기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비 코로나 매출이 탄탄하게 상승한다는 점에서 올해 900억원 수준의 분기 매출은 가능할 것”이라며 “주가 측면에서 매출 감소 가능성이 과거보다 상당히 낮졌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 백신주로 주목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도 올해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915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올해 9% 올랐지만 상장 후 최고점 대비해선 77% 하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