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구속된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사상 첫 직권해촉하기로(종합)

尹대통령에게 해촉 제청…한국노총의 후임요청 인물에도 "공동정범" 난색한국노총 "노동부 월권"…갈등으로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 못 지킬 가능성↑
김승욱

입력 : 2023.06.21 16:18:56


6차 전원회의, 발언하는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이 각각 발언하고 있다.2023.6.20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홍준석 기자 = 노동 당국이 구속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에서 직권 해촉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사무처장을 해촉해달라고 제청했다고 21일 밝혔다.

해촉 제청의 근거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12조다.

이 조항은 최저임금위 위원에게 직무 태만, 품위 손상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통령이 해당 위원을 해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노동부는 보도참고자료에서 "김 사무처장이 불법시위를 하고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해 대항한 것은 노사 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불법행위"라며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으로서 품위를 심각히 훼손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될 때 흉기를 휘둘러 진압을 방해했다는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지난 2일 구속됐다.

노동부는 김 사무처장의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권 해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이 낸 김 사무처장에 대한 구속적부심 청구를 법원이 지난 13일 기각한 점도 직권 해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원이 구속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는 한국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김 위원의 위법행위가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을 직권 해촉하는 것은 최저임금위가 1987년 발족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무처장 체포·구속 이후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 중에서 근로자위원 1명을 뺀 26명으로 운영돼 왔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 참여가 어려워진 김 사무처장 대신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해달라고 공식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노동부는 난색을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망루 농성' 당시 김 사무처장과 함께 위법행위를 했다"며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김 사무처장과 공동정범으로 수사받고 있는 사람을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적합한 인물'을 후임으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이 적합하다고 맞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김 사무처장 직권 해촉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김 사무처장이 품위를 손상했다는 것은 노동부의 판단일 뿐"이라며 "그는 하청 노동자의 투쟁과 관련해 상급단체 간부의 명예를 지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직능단체를 대표해 참석하는 위원을 마음대로 해촉하는 것은 노동부의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법질서 훼손 행위로, 해촉돼야 할 사람은 김 사무처장이 아니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들은 제7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오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때 김 사무처장 강제 해촉에 대해 규탄할 계획이다.

이처럼 갈등이 격화하면서 최저임금위는 법정 심의 기한인 오는 29일까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부는 "법정 심의 기한이 임박한 만큼 해촉 제청과 동시에 새로운 위원 추천을 요청했다"며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류기섭 근로자위원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은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2023.6.20 kjhpress@yna.co.kr

ksw08@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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