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신탁' 불법 의혹에 증권가 초긴장

입력 : 2023.06.22 14:44:40
제목 : '랩·신탁' 불법 의혹에 증권가 초긴장
장·단기 금리차 이용한 '만기 불일치' 운용…10년 만에 '무더기 적발' 되나

[톱데일리]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증권사들의 랩(wrap)·신탁 운용 과정에 불법·편법적 거래가 있는지 검사에 나섰다. 당초 증권사의 랩·신탁 관련 채권 파킹, 자전거래 등 불건전한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검사에 나섰는데 이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검사는 자금시장 경색·대규모 계약 해지 발생시 환매 대응을 위해 연계거래 등 불법·편법적 방법으로 편입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은 그간 암묵적으로 몇몇 증권사 간 이뤄지던 자전거래 혐의 일부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 투자 상품인 랩어카운트와 신탁 상품으로 유치한 자금을 장기채에 투자해 운용해온 것이 드러났다. 단기 채권형 상품을 원금 보장형처럼 판매했으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만기 불일치' 운용을 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장기채 가격이 폭락하자 증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다수의 증권사에서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증권사들은 금융회사가 자사의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자전거래'를 통해 해당 손실 만회에 나섰다. 손실이 난 채권을 다른 증권사의 신탁 계정으로 원금 가격에 매입해 보관(파킹)하는 방식이다. 랩·신탁을 운용하는 증권사가 채권을 매수한 후 다른 증권사에게 맡겨둔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사들이는 걸 말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6개월 만기 신탁으로 채권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증권사는 6개월 만기 채권을 사들이는 게 아니라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채를 사들여 금리를 높게 제시하는 것이다. 6개월 뒤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채권은 1년 짜리 장기채를 매각해서 돌려주는 게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 해당 채권을 매각한 것처럼 보관(파킹)한 뒤 다시 사들인다.

이런 행위는 금리가 하락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상승하면 큰 문제로 이어진 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오르는데,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맡아둔 증권사의 손실이 불어난다. 채권을 맡긴 증권사가 다시 사가면 되겠지만 사실상 이런 거래는 구두 등 장부에 남지 않는 방식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결국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이런 행위가 증권가에서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채권을 매각한 것처럼 보이는 '눈속임'이 가능해 조사에 나서지 않으면 금융당국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자전거래와 파킹거래는 증권사 간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져 한 사례가 적발되면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당초 KB증권과 하나증권 두 곳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선 이후 SK증권 등 다수 증권사로 현장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에 금감원이 같은 문제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한 적이 있는데, 2013년 말 당시 ING자산운용이었던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이 일부 증권사들과 4600억원대 채권거래를 채권파킹과 자전거래로 불건전 영업을 일삼았다는 혐의가 드러났다. 당시 맥쿼리운용은 3개월 일부 업무정지와 과태료 1억원을 조치했고, 함께 적발된 7개 증권사에 대해서도 기관경고와 기관주의가 내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랩신탁 시장의 동향과 환매대응 특이사항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었고, 이후 기초 자료 분석과 시장정보 등을 종합 고려해 검사 대상회사를 정했다"며 "순차적으로 검사에 착수해 검사 결과 위법 사항이 확인된 경우엔 엄청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yoo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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