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승계] ① 삼표산업의 지주사 합병, 복안은

입력 : 2023.06.28 17:12:45
제목 : [삼표그룹 승계] ① 삼표산업의 지주사 합병, 복안은
총수일가 지배력 손실無…정도원-정대현 지분율 격차 감소 자사주 대량 발생, 승계 구조 활용 가능한 새로운 대안 제공

[톱데일리] 삼표그룹의 지배구조가 7월부터 재편된다. 지주사 역할을 해온 ㈜삼표가 삼표산업으로 합병된다. 삼표그룹은 이번 합병에 대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경쟁력 향상과 핵심역량 결합을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합병은 단순 사업적 성격 외 총수일가의 지배구조 문제를 수반한다. 재계 80위인 삼표그룹은 아직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나이(1947년생)를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관련 작업에 속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합병 구조가 자회사(삼표산업)의 모회사(삼표) 인수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틀이라는 점은, 그 이면에 총수일가 3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으로의 승계를 위한 성격이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7월 삼표가 삼표산업에 피인수되는 합병이 마무리되면 삼표그룹의 지배구조는 '총수일가-삼표-삼표산업'의 틀에서 '총수일가-삼표산업-계열사'로 변화한다.

통합 삼표산업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신주(보통주) 발행으로 인해 희석된다. 합병 비율(삼표 1.8742887주당 삼표산업 1주)에 따라 총 1053만3338주의 신주가 발행되는 까닭이다.

기존에는 정도원 회장(65.99%)과 정대현 사장(11.34%), 정대현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에스피네이처(19.43%) 등 3대축이 지주사 삼표를 지배하고, 삼표가 지분 약 82.78%로 삼표산업을 거느리는 구조였다. 합병 이후에는 신주 발행의 영향으로 정도원 회장이 33.15%, 정대현 사장이 5.70%, 에스피네이처가 10.63%의 지분율로 삼표산업을 지배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왜 이러한 합병 구조로 설계했는지다. 우선 총수일가의 지배력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 외관상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약화하지만 자회사의 모회사 합병으로 인한 대량의 자사주가 발생하는 점이 이를 완충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통합 삼표산업의 자사주 규모는 전체 지분의 약 48.89%에 달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에 총수일가는 지분율이 줄었어도 지배력을 행사하는데 커다란 제약이 따르지 않는 셈이다.


입지 확대가 필요한 정대현 사장의 그룹 내 지배력 균형 맞추기도 자리한다. 이번 합병으로 정도원 회장과 정대현 사장의 지분율 격차는 줄어든다. 기존에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삼표에 대한 정대현 사장의 지배력이 11.34%에 불과했다. 그가 최대주주(71.95%)로 있는 에스피네이처의 삼표 지분 19.43%를 포함하면 30.77%로 확대하지만, 정도원 회장(65.99%)과의 지분율 격차는 35.22%에 달했다.

합병 이후에는 달라진다. 정대현 사장(5.70%)과 에스피네이처(10.63%)의 통합 삼표산업 지분율을 고려한 정대현 사장의 삼표산업 영향력은 16.82%로 산출된다. 이를 정도원 회장의 통합 삼표산업 지분율(33.15%)과 비교하면 간극은 약 16.82%로 줄어든다. 향후 상속·증여 등 지분 매입에 막대한 자금 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지분율 격차를 줄이는 게 요구돼왔던 상황이다.

총수일가에게는 새로운 카드도 제공됐다. 통상적으로 자사주 비중이 큰 회사들은 인적분할을 통해 승계 구 조를 짜는 경우가 많다. 기존 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지배주주는 비용 부담 없이 지배력 강화를 이끄는 영향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합병을 거쳐 자사주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승계를 위한) 예비단계라고 의심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에스피네이처와 삼표산업간 합병 가능성도 유효하다. 에스피네이처는 정대현 사장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줄곧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축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게 관측돼왔다. 물론 향후 합병 과정 속 잡음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에스피네이처의 기업가치 향상이 선결조건이다.





톱데일리
권준상 기자 kwanjju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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