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 KT 구현모, 1심 유죄 판결

입력 : 2023.07.05 14:40:05
제목 : '쪼개기 후원' KT 구현모, 1심 유죄 판결
700만원 벌금형 선고…재판부 "범행 죄질 좋지 않다"

[톱데일리] 일명 '쪼개기' 불법 후원에 가담함 혐의를 받고 있는 구현모 전 KT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 업무상 횡령과 일감 몰아주기 혐의도 받고 있어 향후 관련 재판이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전 대표 등 KT 전·현직 임원 10명의 선고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구 전 대표는 벌금 700만원, 함께 기소된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도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날 이들은 법원엔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구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회사 대관(CR) 담당 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본인 명의로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총 1400만원을 불법 기부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불복해 구 전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CR 담당 부서의 사정과 자금이 회삿돈이란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업무와 무관한 단순 사자 역할을 했더라도 정치자금을 기부한단 사정을 알고 자금을 송금한 역할을 한 이상 공범으로서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기업 KT의 공공성 훼손 문제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KT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대기업으로 준법행령에 관한 고도의 책임이 요구됨에도 피고인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함으로써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일반 시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며 "피고인들이 행한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KT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기부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정치자금 기부가 입법과정에 미친 영향이 조사되지 않은 점, 기부금 일부를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가 내려진 정치자금법 위반건과 별개로 구분된 업무상 횡령 혐의의 경우도 1심 재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구 전 대표에게 50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구 전 대표와 전직 임원들은 이 건에 대해서도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앞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구 전 대표보다 먼저 기소된 또 다른 KT 전직 임원들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KT 법인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직 임원들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지만, KT 법인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이날 구 전 대표 등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재판 결과는 전반적으로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당시 쪼개기 후원 혐의로 황창규 전 회장 등과 연루된 인물들이 고발된 이후 관련 첫 유죄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 넘게 걸렸다.

KT새노조는 "이번 유죄 판결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인한 처벌의 한계가 있었고 시기적으로도 너무 지연된 정의"라며 "구현모 사장이 후보 당시에도 검찰에게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유죄 판결까지 5년이 넘게 걸렸고 그 사이 횡령과 정치자금법위반 등 중죄를 저지른 사람이 KT 사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구 전 대표를 대상으로 쪼개기 후원 건 외에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KT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하청업체 KDFS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구현모 전 대표 등이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KDFS에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관련 혐의의 핵심 피의자 황욱정 KDFS 대표와 신현옥 KT 부사장,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등의 조사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남중수 전 KT 대표까지 KDFS에 아내 이름을 올리고 차명으로 뒷돈을 받았고, 여기에도 구 전 대표가 관여됐다는 의혹이 전해지며 수사 강도는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구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최고경영자(CEO) 선임 이후 3년간 KT를 이끌다 지난해 말 연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박을 받아 연임을 포기했다. 자신의 최측근인 윤경림 KT 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추천했지만, 윤 사장도 '이권 카르텔' 지적을 받고 올해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사퇴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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