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공백' KT, ESG 지표 '뒷걸음질'

입력 : 2023.07.18 14:04:26
제목 : '경영 공백' KT, ESG 지표 '뒷걸음질'
온실가스 배출량 매년 증가…'넷제로' 목표 달성 가능할까

[톱데일리] 최고경영자(CEO) 부재로 경영 공백 장기화에 놓인 KT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지표에서도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탄소 감축을 위한 '넷제로' 달성을 제시하며 ESG 경영을 강화한 3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 증가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KT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KT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KT에서 발생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10만8658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로 2020년 98만2983tCO2eq, 2021년 107만2387tCO2eq를 거쳐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KT 전사와 장비에서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은 3만7885tCO2eq로 2020년(3만5645tCO2eq), 2021년(3만7674tCO2eq)을 거치며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고정연소(1만8114tCO2eq), 이동연소(1만4025tCO2eq), 연료전지(5746tCO2eq) 순으로 배출량이 많았다.

KT가 지난 한 해 동안 간접 배출한 온실가스량은 107만773tCO2eq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2020년(94만7338tCO2eq), 2021년(103만4713tCO2eq)보다는 배출량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간접 배출의 대다수는 전기로 106만8675tCO2eq, 나머지는 열(온수)로 2098tCO2eq가 배출됐다.

온실가스 배출은 주로 직접 배출로 분류되는 '스코프1(Scope1)'과 그외 집계되는 '스코프2(Scope2)'로 나뉜다. 스코프2는 스코프1과 달리 기업이 제조 공정에 쓰기 위해 사용하는 전력, 열 때문에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를 뜻한다. 통상 스코프1과 스코프2를 더한 것이 한 기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직·간접 배출 외에 가맹점과 임직원 출장 등 KT 경영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인 '스코프3(Scope3)'가 이전 증가폭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0년에 46만4378tCO2eq에서 2021년 47만5558tCO2eq로 늘어났던 스코프3 배출량은 지난해 53만7542tCO2eq로 1년새 13% 증가했다.

특히 스코프3의 증가는 통신 1위 SK텔레콤이 매년 감소해나가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배출량 측량 범위와 방식은 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SK텔레콤의 지난해 스코프3는 332만2029tCO2eq로 전년 대비 24%, 2년 전보다는 52% 줄여나갔다. 지난해 예상 수치보다는 50% 줄인 성과다.

지난해 KT가 연결기준 매출 25조원 돌파라는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수익을 올렸지만, 실적 증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덩달아 늘어나며 탄소 감축을 실현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KT가 제시한 온실가스 집약도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억원당 온실가스 6.062tCO2eq씩 배출했던 셈이다.

이는 그간 KT가 '넷제로(Net Zero)' 달성 등을 선언하며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추진했던 모습과 상반된다. 앞서 KT는 오는 2050년까지 전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동참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KT는 2021년 ESG추진위원회 출범과 함께 환경경영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KT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KT그룹 전체 가치사슬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관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KT의 사업 구조상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한계성은 분명하다. KT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7%가 전국 거물, 통신 국사와 네트워크 장비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9년 5G 상용화 이후 네트워크 장비 대규모 투자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탄소 배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 장비 외에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증설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간과할 수 없다. 친환경 장비 개발과 재생에너지 캠페인 등 소극적인 대처 외에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통신 기반 사업을 전면 바꾸지 않는 한 체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 마련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KT가 제시한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KT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51.7%, 2040년엔 75.8% 감축한다는 목표다. 당장 7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55만여tCO2eq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데, 6G가 도입될 2028년 전후 장비 개설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인한 재무 리스크도 동반될 전망이다. 앞서 KT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투자로 인해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함과 동시에 오는 2025년까지 310억원, 2030년까지 약 1000억원 이상의 재무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KT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경영환경위원회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ESG 경영 관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해 말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8명 등 10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은 CEO 선임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의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아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퇴를 결행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CEO 선임 절차가 올해 초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사장 등 두 후보가 연달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현재까지 장기간 '경영 공백'을 겪고 있다. 지난달 구성한 신규 사외이사들을 주축으로 차기 CEO가 확정되고 이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ESG 경영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KT가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거버넌스 리스크로 인해 이사회뿐 아니라 그룹 전반적으로 기능이 멈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부터 해결해야 통신과 비통신 사업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ESG 경영 활동도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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