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hy] ④ '애물단지' 큐렉소, 혹독한 생존기

입력 : 2023.08.08 16:50:24
제목 : [유통진단] [hy] ④ '애물단지' 큐렉소, 혹독한 생존기
윤호중의 험난한 의료로봇 도전기 12년…올해 적자 탈출할까

[톱데일리] 윤호중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큐렉소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hy(구 한국야쿠르트)그룹에 상당한 재무 부담을 안겨 왔으나, 최근들어 실적에 변화의 기류가 생겼다. 10년 넘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큐렉소가 올해 반등 기회를 잡고 적자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 윤호중의 승부수 '의료로봇', 침체기만 10년 이상

의료 로봇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는 큐렉소는 지난 1992년 설립 후 2011년 hy그룹에 편입했다. 현재 식음료 기반의 hy그룹 내 30개에 육박하는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사업 성격이 다른 곳 중 하나다. 엔이능률(NE능률)과 함께 그룹 내 상장 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hy는 의료용 로봇의 미래 성장성을 높게 판단하고 2011년 9월 300억원을 들여 의료기기 판매업체 큐렉소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의료로봇테크 자회사 '씽크써지컬(TSI)'을 함께 인수했다. 2008년 hy가 설립한 병원 컨설팅 기업 메디컬그룹나무와의 시너지 확장까지 염두한 판단으로 분석된다.

올해 윤호중 회장이 취임 4년차를 맞고 있지만 10년이 넘어선 숙원 사업이 부진으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의료로봇 사업은 윤호중 회장의 승부수로 기존 식음료 중심의 사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신사업을 담당한 윤 회장이 큐렉소 인수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큐렉소는 hy그룹에 합류한 이후 2020년 한 해를 빼놓고 10년 넘게 순적자 수렁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만 놓고 봐도 매출 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9%가 급등했지만, 순손실은 30억원으로 손실폭이 30% 가량 늘었다. 지난해 기준 결손금은 1350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더욱 불어났다.

핵심 부문인 의료 기기 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역 사업이 수익을 뒷받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인수 직전까지 큐렉소는 의료 사업으로 40억원 가량 수익을 내는 기업에 불과했지만, 인수 당해 34억원 상당의 라면과 발효유 등 팔도와 hy 제품 관련 무역 수익이 매출에 등장하며 해마다 몸집을 키워나갔다.

인수 8년이 지난 시점인 2019년까지도 의료로봇 사업 부문은 15억원의 매출 발생에 그쳤다. 비중은 총매출의 4.4%에 불과했으며 영업손실은 매출의 5배 규모인 75억원이 나면서 다른 사업 부문의 이익을 집어삼켰다. 당해 무역사업 부문이 22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총매출의 65.2%를 차지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무역 일감 공급에 총동원…의료 시너지 '묘연'

사실 처음부터 적자를 내는 의료기기보다 무역으로 큐렉소 수익을 보완하겠다는 것도 윤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팔도의 전신이자 윤호중 회장의 개인회사로 시작한 삼영시스템이 무역 사업부를 떼어내 갓 인수한 큐렉소에 108억원을 받고 넘겼다. 팔도는 윤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hy그룹 지주회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 사정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수익성에선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의료로봇 사업은 212억원까지 매출이 증가했지만 6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오히려 같은 기간 352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무역 사업이 임플란트 사업과 함께 이익을 내며 의료로봇의 적자를 메꾸는 구조다.

이마저도 무역이라는 사업 특성상 그룹 차원에서 내부거래를 활용해 큐렉소를 먹여 살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큐렉소 매출 650억원에서 그룹 내부거래로 올린 수익만 347억원 상당으로 비중이 50%를 넘었다. 팔도가 213억원으로 가장 많고, hy가 102억원, 비락 18억원 순이었다.

hy의 국내 계열사 중에서 순손실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단연 큐렉소다. hy는 비락, 도시락리잔 등 식음료 기업들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어 의료기기 사업 부진은 더욱 부각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 매출 802억원과 순이익 51억원을 거두며 꾸준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상장사 NE능률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그러다 보니 큐렉소가 직접적으로 hy 재무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hy 재무제표 상에서 큐렉소의 장부가액은 취득가 697억원의 반토막 수준에도 못 미치는 254억원이다. 이와 함께 hy에 매년 상당한 지분법 손실을 안기고 있다. 지금까지 큐렉소로 인한 hy의 지분법손실은 700억원이 넘는다.

결국 큐렉소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포함 hy가 의료 로봇 사업에 1000억원을 훌쩍 넘는 투자를 했지만, 지금까지 투자 대비 신사업 성과를 보지 못하고 돈만 빠져나갔던 셈이다. 큐렉소는 2017년에도 111억원을 들여 현대중공업 의료로 봇 사업까지 인수했지만 경쟁력 확보가 더뎠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보면 메디컬그룹나무와의 의료 시너지 확장 전략도 실패한 상태로 분석된다. 최근 메디컬그룹나무는 건강기능식품 판매 등으로 매출 1억원도 나지 않는 상황을 수 년간 이어오다가, 지난해엔 매출 0원에 순손실만 입는 처지에 놓여 사실상 정리 수순에 놓인 것으로 관측된다.

◆ hy 지배력 강화하고 적자 탈출 성공할까

다행인 점은 10년 넘게 부진하던 큐렉소가 올해 처음으로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큐렉소는 올해 상반기 매출 393억원과 2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을 했다. 특히 의료로봇에서 182억원의 매출을 내며 처음으로 무역 사업 규모를 넘어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인도 등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로봇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반기까지 매출 성장을 유지해 그동안의 적자 고리를 완전히 끊는 것이 최대 관건으로 분석된다. 큐렉소는 올해 의료로봇 부문에서 로봇 100대 판매로 350억원 매출을 올리고 총 매출 74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hy가 큐렉소 투자에 점차 손을 떼고 외부 투자 유치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35%에 달했던 지분율이 희석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해결 과제다. 지난해 5월 엘앤씨바이오가 유상증자로 큐렉소에 405억원을 투입해 지분 14.03%로 단숨에 2대주주에 오른 이후, 올해 1분기 기준 hy의 큐렉소 지분율은 29.5%까지 내려왔다.

현재 hy는 추가적인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장내매수 등 방식으로 큐렉소 지분을 확보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y는 올해에만 10억원 가량을 들여 지난 5월 4만3100주, 7월 1만2000주, 가장 최근인 지난 7일엔 2만주를 장내매수하며 현재 지분율 30.64%를 확보하고 있다.

큐렉소는 지난 2021년 한국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함에 따라 향후 추가 지분 희석이 일어날 수 있다. 오는 2026년 만기 시점 총 전환 주식수는 143만4165주로 현재 큐렉소 상장주식수 대비 3.5%에 해당한다. 큐렉소는 이중 30%에 한해서만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hy 관계자는 "큐렉소의 현금보유량과 현금흐름이 원활할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의 피해도 고려해 당장의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며 "큐렉소의 실적 상승은 의료 로봇 수요가 계속 있어 일시적 업황 요인이 아니며 장기적 투자와 기술개발에 따라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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