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쇼크에 제조업 3분기 연속 마이너스 … 환란 이후 처음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3.01.26 16:58:03
입력 : 2023.01.26 16:58:03
작년 4분기 성장률 -0.4%
역성장 주원인은 소비·수출
4분기 GDP 0.8%P 줄여
지난해 성장률 가까스로 2.6%
올해 1%대 저성장 우려 커져
中리오프닝 2분기 이후 효과
추경호 "상반기 340조 풀것"
국내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민간소비가 동반 부진을 겪으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2년반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 부진은 국내 제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며 24년 만에 3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역성장 쇼크가 올해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경기 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만 수출 시장 회복이 불확실하고 고금리에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는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아 올해 1%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4%에 그치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 2분기(-3.0%) 이후 10개 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와 수출이 역성장의 주원인이었다. 민간소비와 순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각각 -0.2%포인트, -0.6%포인트로 집계됐다. 두 항목이 0%로 현상을 유지했다면 전체 성장률은 0.4%로 전환됐을 상황이다. 그나마 4분기 경제 성장을 떠받친 것은 정부 재정력이었다. 정부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로 나타나 건설투자(0.1%포인트), 설비투자(0.2%포인트)보다 높았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물가 상승 부담 등으로 인해 미뤄졌던 (정부의) 예산 집행이 4분기에 이뤄지면서 물건비 지출이 높아졌고,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가전제품, 의류·신발 등 재화와 숙박·음식,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 0.4% 감소했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뒤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는 현상)'에 힘입어 2·3분기에 각각 2.9%, 1.7% 성장했지만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의 감소가 심각해 5.8% 줄었으며, 수입도 원유, 1차 금속제품 등이 줄며 4.6% 감소했다. 둘 모두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였다.
특히 수출 부진은 기간산업인 제조업에 직격탄이었다. 작년 4분기 제조업 분야는 4.1% 역성장했는데, 이는 2020년 2분기(-8.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0.7%, -0.8%로 하락한 데 이어 제조업이 3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1997년 3분기부터 이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감소한 이래 약 24년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업(0.8%)과 농림어업(1.5%), 전기가스수도사업(0.8%) 등 기타산업이 미약하게나마 성장을 이어간 것과 대비된다. 이관교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제조업은 수출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반도체·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5.8% 감소한 것처럼 제조업도 컴퓨터, 전자 및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줄었다"며 "수출과 제조업이 같이 부진한 모습은 3분기부터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기의 부진은 업계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52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조사한 결과 1.0% 미만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33.7%에 달했다. 제조업체 3곳 중 1곳이 0%대 성장이나 역성장을 내다볼 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4분기 역성장에도 작년 한 해 2.6% 성장하며 연간 전망치를 가까스로 맞췄지만 문제는 당분간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풀며 소비·투자가 늘어나는 '리오프닝 효과'는 적어도 올해 2분기에 들어서야 본격화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수출 역시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2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이 8.8%나 빠진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민간의 실질구매력이 약화된 것도 악재 중 하나다.
상황이 악화되면 지난해 말 한은(1.7%)과 정부(1.6%)가 전망한 올해 1% 후반대 성장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기준 국제금융센터가 글로벌 투자은행 9곳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도출한 결과 1.1%에 불과했다.
정부는 재정정책을 조기 집행해 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1분기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원 규모 재정·공공투자·민간사업 조기 집행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역성장 주원인은 소비·수출
4분기 GDP 0.8%P 줄여
지난해 성장률 가까스로 2.6%
올해 1%대 저성장 우려 커져
中리오프닝 2분기 이후 효과
추경호 "상반기 340조 풀것"
국내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민간소비가 동반 부진을 겪으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2년반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 부진은 국내 제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며 24년 만에 3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역성장 쇼크가 올해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경기 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만 수출 시장 회복이 불확실하고 고금리에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는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아 올해 1%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4%에 그치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 2분기(-3.0%) 이후 10개 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와 수출이 역성장의 주원인이었다. 민간소비와 순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각각 -0.2%포인트, -0.6%포인트로 집계됐다. 두 항목이 0%로 현상을 유지했다면 전체 성장률은 0.4%로 전환됐을 상황이다. 그나마 4분기 경제 성장을 떠받친 것은 정부 재정력이었다. 정부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로 나타나 건설투자(0.1%포인트), 설비투자(0.2%포인트)보다 높았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물가 상승 부담 등으로 인해 미뤄졌던 (정부의) 예산 집행이 4분기에 이뤄지면서 물건비 지출이 높아졌고,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가전제품, 의류·신발 등 재화와 숙박·음식,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 0.4% 감소했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뒤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는 현상)'에 힘입어 2·3분기에 각각 2.9%, 1.7% 성장했지만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의 감소가 심각해 5.8% 줄었으며, 수입도 원유, 1차 금속제품 등이 줄며 4.6% 감소했다. 둘 모두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였다.
특히 수출 부진은 기간산업인 제조업에 직격탄이었다. 작년 4분기 제조업 분야는 4.1% 역성장했는데, 이는 2020년 2분기(-8.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0.7%, -0.8%로 하락한 데 이어 제조업이 3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1997년 3분기부터 이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감소한 이래 약 24년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업(0.8%)과 농림어업(1.5%), 전기가스수도사업(0.8%) 등 기타산업이 미약하게나마 성장을 이어간 것과 대비된다. 이관교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제조업은 수출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반도체·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5.8% 감소한 것처럼 제조업도 컴퓨터, 전자 및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줄었다"며 "수출과 제조업이 같이 부진한 모습은 3분기부터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기의 부진은 업계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52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조사한 결과 1.0% 미만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33.7%에 달했다. 제조업체 3곳 중 1곳이 0%대 성장이나 역성장을 내다볼 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4분기 역성장에도 작년 한 해 2.6% 성장하며 연간 전망치를 가까스로 맞췄지만 문제는 당분간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풀며 소비·투자가 늘어나는 '리오프닝 효과'는 적어도 올해 2분기에 들어서야 본격화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수출 역시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2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이 8.8%나 빠진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민간의 실질구매력이 약화된 것도 악재 중 하나다.
상황이 악화되면 지난해 말 한은(1.7%)과 정부(1.6%)가 전망한 올해 1% 후반대 성장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기준 국제금융센터가 글로벌 투자은행 9곳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도출한 결과 1.1%에 불과했다.
정부는 재정정책을 조기 집행해 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1분기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원 규모 재정·공공투자·민간사업 조기 집행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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