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실질사주 구속·거래정지 속 유동성 확보 시급

[톱데일리] 유가증권 상장기업 대호에이엘의 주인이 또 다시 바뀐다. 지난해 7월 빗썸의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1년만이다. 새로운 경영진이 내건 2차전지 사업 추진도 불투명해졌다.

대호에이엘의 최대주주 비덴트는 지난 4일 보유중인 대호에이엘 주식 1129만7774주와 경영권을 비즈알파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3163원으로 총양수도대금은 357억원이다.

비즈알파는 계약과 동시에 35억원을 지급했고 잔금 322억원은 자신들이 지정하는 임원이 선출되는 대호에이엘의 임시주주총회 전날(예정일 8월 21일)까지 납입키로 했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대호에이엘은 지난해 비덴트에 이어 1년만에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이하게 된다. 대호에이엘은 오는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 감사선임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대호에이엘의 최대주주 변경을 사실상 예견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비덴트는 지난해 7월 298억원을 들여 대호에이엘 지분을 매입했다. 대호에이엘은 전기·전자·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알루미늄 코일과 각종 열차 구조물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공항철도, 고속열차(KTX·SRT·EMU-250) 등에 쓰이는 철도 부품과 재료를 납품하고 있다.

비덴트는 자동차용 2차 전지의 경량화 등에 필수적인 특수 알루미늄 소재와 관련한 대호에이엘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인수 직후 대호에이엘의 소재 기술에 2차전지 사업분야를 접목해 퀀텀 점프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호에이엘이 전기, 전자, 자동차 등에 활용하는 알루미늄 코일 제품 등을 생산해 왔기에 2차전지 분야로 사업 확대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복안이었다.

하지만 비덴트의 장밋빛 전망은 실사주로 알려진 강모씨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물거품됐다. 결국 2차 전지 사업은 제대로 진행조차 못한 채 포기해야 했다.

비덴트는 강씨의 구속 이후 위기에 내몰렸다. 지배구조가 연결된 상장사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과 함께 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상장폐지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주권매매도 정지됐다.

대호에이엘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강모씨가 보유한 상장사(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대호에이엘)중 가장 늦게 인수해 그나마 매물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호에이엘이 발행한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19회차) 인수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비덴트나 실소유주 강모씨 입장에서는 대호에이엘 매각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비덴트의 현금유동성(기타금융자산 포함 개별재무제표 기준)은 265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말 986억원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장기업중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버킷스튜디오 역시 반기기준 유동성이 전년말(350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94억원에 머물렀다. 그나마 전년대비 흑자세를 기록한 인바이오젠이 전년(93억원)보다 30억원 가량 줄어든 66억원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넉넉하지는 못한 실정이다.

한편 이번 매각으로 비덴트와 대호에이엘은 소액주주의 반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호에이엘 소액주주 연합은 지난 6월 강모씨를 비롯해 강지연 대표, 초록뱀그룹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초록뱀은 비덴트에 앞서 대호에이엘 인수에 나섰던 곳으로 이후 양수인의 지위를 넘기고 알짜기업으로 알려진 자회사인 네오크레마를 인수했다.

소액주주들은 잇단 양수인 변경 등의 과정에서 강씨와 초록뱀측이 공모해 비덴트와 대호에이엘에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켰다며 배임 혐의를 주장했다. 양측은 올해 초 대호에이엘의 정기주총 과정에서도 대립하며 추가적인 공방을 이어가기도 했다.





톱데일리
김세연 기자 ehouse@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