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사의 HMM 쟁탈전, '승자의 저주' 우려
입력 : 2023.08.17 14:53:28
제목 : 중견사의 HMM 쟁탈전, '승자의 저주' 우려
재계 19위 대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대형 원매자 부재로 매각 일정 바뀌나[톱데일리]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MM 인수전이 5파전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재계 20위권 HMM 인수전에 자금 동원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아닌 중견그룹들이 모이면서 벌써부터 최종 인수자의 '승자의 저주' 우려와 투자 불확실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산업은행은 오는 21일 경영권 매각 예비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여주로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 기준 지분율 약 38.9%에 해당한다.
◆ 중견 그룹사, '배보다 더 큰 배꼽' 잡기 총력
HMM 인수전에 추가 참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5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재 ▲SM그룹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글로벌세아그룹 등이 HMM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지목됐던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은 아직 참여 의사가 없는 상황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HMM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들이 모두 중견그룹이라는 점이다. 몸집 측면에서 보면 인수 후보자들이 모두 HMM보다 크게 밀린다. HMM은 재계 19위 그룹으로 공정자산 규모만 25조7880억원에 달해 인수 후보자들의 자산 규모를 압도한다. 인수 후보자 중 비교적 재계 서열이 비교적 높은 곳은 하림(27위)인데, 하림 조차 공정자산 17조91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 외에 30위 SM그룹(16조4620억원), 43위 LX그룹(11조2730억원), 53위 동원그룹(8조9050억원), 70위 글로벌세아(6조60억원) 순이다. 중견그룹으로 구성될 HMM 인수전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M&A 대결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 HMM 인수 대금은 최소 5조원에서 8조원 가량, 일각에선 10조원 규모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HMM의 시가총액이 8조7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점과 산업은행과 한국해 양진흥공사가 보유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반영한 금액이다.
◆ 인수대금 마련도 벅찬데, 해운 전폭 투자 가능할까
중견그룹으로선 인수대금 마련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해당 그룹들의 각 인수 주체 후보들이 보유한 현금은 많아도 1조5000억원 규모를 넘지 않는 실정이다. 2분기 말 기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하림지주도 단기금융상품 포함 현금성자산이 1조4742억원, LX인터내셔널은 1조2714억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중견그룹으로선 향후 HMM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추가 투자 여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HMM이 지난해 제시한 중장기 경영 전략에 따르면 2026년까지 15조원 규모의 투자금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중 10조원 상당이 선박, 물류 시설 등 핵심 역량 확대에 쓰일 계획이다.
특히 HMM은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자 12척의 탱커선을 25척으로, 드라이벌크선은 17척에서 30척으로 늘려 벌크 사업 규모를 55척까지 확대할 방침을 구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컨테이너 운임이 크게 떨어져 그간 HMM의 주력이던 컨테이너선에 쏠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수전에 나서는 그룹들이 자금 동원력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저마다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고 있어 향후 HMM 에 적극적인 투자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FI는 일반적으로 인수 기업의 경영 안정화나 인수기업과의 시너지 창출보다는 투자 수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자금 동원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2대 주주 역할을 할 FI의 소극적 입장으로 HMM 경쟁력 확장을 위한 전폭적인 투자 전략을 제시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현재 거론되는 HMM 인수 후보자 중 누가 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사모투자펀드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동원그룹은 김남정 부회장의 친형인 김남구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세아그룹도 자금 마련을 위해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보릿고개' HMM, 경쟁력 강화 당면 과제
최종 인수자가 정해지면 현재 부진을 겪고 있는 HMM의 수익 개선을 위한 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HMM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은 4조2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66억원에 불과해 전년(6조846억원)의 '13분의 1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운 업황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물동량 증가로 폭등했던 운임이 평년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지속적인 악화 흐름에 놓였다.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000선에 머물면서 5000을 상회했던 지난해 초에 비해 5분의 1 수준까지 내려왔다.
최종 인수자가 HMM의 경쟁력을 강화할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HMM의 부진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실적은 매출 8조5039억원, 영업이익 1조171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전년 매출(18조5828억원)과 영업이익(9조9516억원) 대비 각각 54.2%, 89.8% 하락이다.
여기에 현재 세계 1~2위 해운 업체인 MSC, 머스크로 구성된 '2M 얼라이언스'가 오는 2025년 1월 공식 해체를 예고하면서 전 세계 해운 시장이 재편될 조짐이기에 HMM 인수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해운사간 공격적 운임 할인 경쟁이 심화하면서 각자도생을 위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M 얼라이언스는 지난 2015년 결성 후 전 세계 해상 화물의 40%가량을 관리하며 해운시장을 주도해온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 침체로 수 년 간 해운 업계가 물동량 감소, 선박 과잉, 운임 약세 등을 겪는 동안, HMM은 MSC와 머스크의 동맹 효과로 비용 절감 등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해진 일정에 따라 매각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산업은행이 서류 접수 기한을 연장하는 등 상황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인 대형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공개 매각을 아예 '프라이빗 딜(원매자간 개인 접촉)'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HMM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 대해 관련 진행 상황 등 내부적으로 공유된 것은 없고 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가 진행하는 대로 매각 절차에 따를 것"이라며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맞춰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향후 15조원에 대한 투자 집행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해당 기사는 톱데일리(www.topdaily.kr)에서 제공한 것이며 저작권은 제공 매체에 있습니다. 기사 내용 관련 문의는 해당 언론사에 하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True&Live 증시뉴스 점유율1위, 인포스탁(www.infostock.co.kr)
기사 관련 종목
02.05 15:30
HMM | 18,420 | 40 | -0.22% |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고급 해산물 대표주자였는데”…10년새 반값으로 떨어진 이것, 왜?
-
2
AI 거센 파도, 올라탈까 피할까…'인생 이모작' 갈림길
-
3
미트박스, 주식등의 대량보유자 소유주식수 변동
-
4
[팩트체크] 로또복권은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
5
전일 4분기 실적 발표 주요 기업(2025.02.05 발표)
-
6
"고령화에 가계부채 감소 전망…총량관리, 자원배분 왜곡 우려"
-
7
당일 4분기 실적 발표 예정 주요 기업(02.06 발표 예정)
-
8
개장전★주요이슈 점검
-
9
주요 기업 영업이익 예상치 및 실적 발표 일정 (2024년 4분기, 2025.02.06 기준, 연결)
-
10
미국 테마시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