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빠진 HMM 인수전 '안갯속'

입력 : 2023.08.22 13:31:16
제목 : 대기업 빠진 HMM 인수전 '안갯속'
이변 없는 중견사들의 잔치…매각 무산 가능성 고조

[톱데일리]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올해 인수합병(M&A)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MM의 예비 입찰이 중견 기업들의 잔치로 마감했다. 대기업들은 불참한 채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중견그룹들의 인수 경쟁으로 일단락나면서 HMM 매각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IB(투자)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21일 HMM 매각에 대한 예비 입찰을 마감했다. 매각 공고 후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하림그룹, LX그룹, 동원그룹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대기업 중 예비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HMM보다 덩치가 작은 중견그룹들이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련 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품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HMM은 공정자산 25조7880억원 규모를 보유한 재계 19위인 반면, 하림(27위), LX(43위), 동원(53위) 등은 공정자산 8조~17조원 수준의 재계 순위상 HMM보다 아래에 있는 그룹들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 그룹들이 최소 5조원 이상 요구되는 HMM 인수가 가능할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있어 왔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여주로 예비 입찰이 마감한 21일 종가기준 시가로만 7조1742억원 상당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산업은행이 보유한 미상환 영구채까지 포함하면 추가 실탄은 더욱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당 영구채는 주식 전환 시 3억3600만주로 1조6800억원어치 규모다. 이번 매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2025년까지 순차적 상환권 행사기일이 도래해 잠재적 매각 대상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예비 입찰에 참여한 그룹들의 자금 상황은 여의치 않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1조2714억원 수준이다. 지난 4월 발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와 연내 회사 발행주식 총수를 2배로 늘린 후 들어올 자금 등을 인수대금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하림그룹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전에 참여했다. 하림지주의 현금성자산은 1조4742억원이지만 인수 자금 상당 부분을 JKL파트너스가 채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JKL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블라인드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는 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동원산업의 경우 현금성자산에 단기금융자산, 기타유동금융자산 등을 포함해도 7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동원그룹은 인수 후보 중 재계 서열이 가장 낮고 자금 동원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하림처럼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재로선 단독 참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찍이 HMM 인수 의지를 내비쳤던 SM그룹과 글로벌세아그룹 등이 최종 불참한 것도 수 조원의 자금 조달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앞서 HMM 인수희망가로 4조5000억원을 제시하며 HMM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이번 예비 입찰에 전 세계 해운 5위 독일 해운사 하파크로이트도 참여했지만, 해외 매각을 원하지 않는 산업은행 방침상 본입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의외의 하파크로이트 입찰 참여는 HMM 인수로 선복량을 늘려 해외 시장 점유율 3위권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 원매자들이 끝내 불참했다는 점에서 향후 HMM 매각 절차가 순조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이 HMM 예비 입찰에 등장할 것으로 거론됐다. 결국 물류 확장으로 얻는 시너지 효과보다 비용 절감을 더 우선시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불참은 HMM에게 아쉬운 지점이다. HMM은 과거 현대상선으로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만큼 현대차그룹이 데려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9년간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지냈던 김경배 사장이 지난해 3월 HMM 대표로 온 것도 현대차그룹 인수를 염두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사실 현대차의 불참은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현대글로비스는 HMM 인수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었다. 올해 1분기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에서도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컨테이너선은 우리 주력 사업이 아니므로 메인 사업이 아닌 HMM 인수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입찰 흥행 부진에도 HMM 매각 일정은 일단 절차를 따를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예비입찰에 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7일에서 10일 정도 서류 적격심사를 거쳐 본입찰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11월경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세부적인 논의 후에 최종 인수 계약 절차를 진행할 전망이다.

다만 HMM 인수전이 중견그룹들의 경쟁으로 일단락되면서 매각 절차가 마지막까지 순조로울지는 불투명하다. 당초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은 HMM의 새 주인으로 국내 대기업을 선호해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6월 "국내 해운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자본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 중견그룹들이 적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매각 절차가 무산될 수도 있다. 실제 산업은행이 발표한 HMM 매각 공고를 살펴보면 "(매각 관련) 절차와 일정 및 내용은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으며 잠재 투자자는 거래 절차에 대해 일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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