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컴포텍, 최대주주 지분에 무슨 일이

입력 : 2023.09.19 16:11:44
제목 : 이원컴포텍, 최대주주 지분에 무슨 일이
프로페이스, 담보권 실행에 대주주 지위 상실 백기사 통해 저가에 경영권 지분 원상회복 가능

[톱데일리] 코스닥상장사 이원컴포텍의 최대주주 지분을 둘러싸고 수상한 거래가 포착되고 있다. 대주주 프로페이스 사이언시스(이하 프로페이스)는 전환사채(CB) 투자자인 일반기업 '오하'에 주식 일부를 담보로 맡겼는데 양측이 체결한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최근 담보주식을 고스란히 넘겨줘야 했다.

대주주는 부족해진 지분을 다시 채우기 위해 백기사를 끌어들였다. 우군으로 보이는 민간조합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상대적으로 저가에 이원 컴포텍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했다. 이로인해 이원컴포텍 최대주주 측의 경영권 지분은 다시 이전과 다름없는 규모로 올라올 예정이다.

◆ CB 투자자에게 넘어간 최대주주 주식

최근 이원컴포텍의 최대주주가 프로페이스에서 오하로 변경됐다. 프로페이스가 담보로 맡긴 이원컴포텍 주식 300만주를 오하가 담보권 실행하면서 직접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상장사 최대주주가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닌 일반기업에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급전이 필요한 대주주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금리 사채를 끌어다 쓰는 경우에나 가끔 볼 수 있다.

프로페이스에 주식담보대출을 해준 오하는 이원컴포텍 CB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경영 컨설팅회사다. 오하는 지난 3월 이원컴포텍이 발행한 CB 10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보통 투자자와 발행사 측의 거래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만 이들은 달랐다.

프로페이스는 지난 7월말 오하에 이원컴포텍 주식 300만주를 맡기고 130억원을 차입했다. 프로페이스가 보유한 이원컴포텍 주식의 7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원컴포텍 지분율로는 12.35%에 달한다.

CB 투자와 주식담보대출 건만 보면 오하와 프로페이스는 어느 정도 유대 관계가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의 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13일 프로페이스가 담보로 맡긴 이원컴포텍 주식을 오하가 가차없이 담보권 실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양측이 합의한 담보 실행 조건은 있었다. 오하가 투자한 이원컴포텍 CB와 관계됐는데 이원컴포텍 CB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면 즉시 프로페이스 주식담보대출의 담보권을 발동하는 구조였다. 돈을 빌린 주체는 프로페이스지만 담보권은 이원컴포텍 CB와 연계됐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원컴포텍이 투자한 미국 바이오기업 주라바이오와도 관계가 있었다.

오하는 주라바이오가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원컴포텍 CB에 투자했다. 주라바이오 상장과 사업으로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수익을 이원컴포텍 CB를 통해 챙기고 싶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오하는 주라바이오 주식으로 대물변제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CB 투자 특약 조건을 넣기도 했었다. 이와 별개 조건으로 사채 발행 2개월 뒤부터 현금 조기상환청구(풋옵션)를 할 수 있게 설정했다.

이 조건들은 결국 이원컴포텍과 프로페이스의 발목을 잡았다. 주라바이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대물변제를 받기로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투자자 주식은 최대 2년까지 보호예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주라바이오 주식을 오하에 줄 수 없게 된 셈이다. 그 이전에 오하가 요청한 CB 조기상환도 이원컴포텍은 응할 수 없었다. 지난 6월말 기준 이원컴포텍에서 가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10억원을 밑돈다. 결국 오하는 EOD 사유를 이유로 담보권을 실행, 프로페이스가 맡긴 주식을 가져오게 됐다.

◆ 큰 타격 없는 기존 최대주주 프로페이스

이번 건으로 프로페이스는 보유하던 이원컴포텍 지분 일부를 잃고 최대주주 지위마저 넘겼다. 하지만 경영권을 상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만간 백기사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다시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하가 담보권을 실행하기 바로 전날 이원컴포텍이 해놓은 조치 때문이다.

이원컴포텍은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담보권 실행 전날인 12일 결정했다. 이미 오하가 어떤 행동을 할지 프로페이스와 이원컴포텍이 감지하고 증자 관련 이사회를 개최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주 발행 규모만 540여만주, 대금 납입일은 내달 31일로 예정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발행 대상자와 신주 발행가격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이노베이션바이오조합을 대상으로 한다. 이노베이션바이오조합은 김기태 이노베이션바이오 이사가 단독 출자해 만든 민간조합이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이노베이션바이오조합이 지분율 18.23%로 이원컴포텍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공시로만 보자면 '김기태=이노베이션바이오조합'이다. 김기태 이사가 개인 자금 150억원으로 이원컴포텍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김기태 이사가 개인 자금을 조합에 넣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 고 있다. 외부 차입 여부도 알 수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민간조합에는 상당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십시일반 조합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 규모로 봤을 때 이노베이션바이오조합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군가 김기태 이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조합으로 포장해 공시했을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정황상 조합원들은 기존 최대주주인 프로페이스 측이 유치했거나 적어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노베이션바이오는 2019년 12월 설립된 바이오 회사로 이원컴포텍이 올해 초 투자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이원컴포텍은 이노베이션바이오가 추진한 유상증자에 33억원을 투자해 지분 43.92%를 확보했다. 사실상 이노베이션바이오는 이원컴포텍의 계열사인 셈이다.

이번 증자의 신주 발행가격(주당 2770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프로페이스가 오하에서 빌린 돈은 130억원. 담보로 맡긴 주식수는 300만주. 즉 주당 4333원에 오하에서 돈을 끌어다 썼다. 만약 프로페이스와 이노베이션바이오조합이 한 몸이라고 가정한다면 4333원에 주식을 팔고 2770원에 같은 주식을 더 싸게 사는 격이다. 프로페이스는 주식을 잃었지만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원컴포텍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프로페이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점 소재지를 둔 유한회사로 바이오신약개발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토머스 제퍼슨 의과대학의 스캇 왈드먼(Scott A. Waldman) 교수가 43% 지분을 지닌 최대주주다. 그는 상근직은 아니었으나 이원컴포텍의 등기임원을 맡기도 했다.

다만 실질 이원컴포텍의 경영권은 이경훈 전 대표가 갖고 있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미등기 임원으로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9년 이원컴포텍의 최대주주가 바뀔 때부터 경영 일선에서 전두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톱데일리
박제언 기자 emperor@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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