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도 라이브커머스·새벽배송해유"

대전 동구 신도꼼지락 시장, 밀키트 자체 개발 '입소문'전국 전통시장 첫 전용 앱에 첫 새벽배송까지
강수환

입력 : 2023.09.29 06:00:01


대전 신도꼼지락시장
[촬영 강수환]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시장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밀키트를 라이브커머스로 구매하고 다음 날 새벽배송으로 받는다면? 마켓컬리나 쿠팡이 아닌 대전 동구 가양동에 위치한 작은 전통시장 '신도꼼지락시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1991년에 만들어져 현재는 70여개의 점포가 모여든 이 작은 시장은 변화를 위해 '꼼지락' 대고 있다.

전국 최초의 전통시장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곳, 전국 전통시장 최초로 새벽배송을 시작한 곳으로 '전국 최초' 수식어도 넘쳐난다.

꼼지락시장 상인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2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국내 전통시장은 10년 전인 2013년 1천500여곳에서 지난해 1천300여곳으로 200곳 넘게 줄었다.

영업 점포 수도 10년 전 21만개에서 2021년 18만개로 3만곳이 사라졌다.

그러나 신도꼼지락 시장 상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꼼지락협동조합을 만들었다.

2020년 11월 '꼼지락몰' 앱을 개발해 전국 택배 배송을 시작했다.

백호진 신도꼼지락상인협회장은 "우리 시장은 다른 유명 시장과 달리 작은 시장이라 유통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온라인 활성화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손님이 줄자 상인들은 생존 먹거리로 '밀키트'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꼼지락몰 새벽배송
[꼼지락협동조합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협동조합 상인들은 3개월간 매일 밀키트만 해 먹으며 재료 손질, 레시피 등을 연구했다.

백 회장은 "대형마트 밀키트를 먹어보니 우리가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우리는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필요한 만큼 만들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자신감은 들어맞았다.

밀키트를 먹어본 사람들을 통해 '신선하고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처음에 한두 건만 들어오던 밀키트 주문이 하루에 30건 정도 꾸준히 늘었고 500개씩 단체주문도 들어오고 있다.

밀키트 한 제품으로 인해 채소, 생선, 정육점 등 5∼6곳의 점포에서 수익이 났다.

처음 6명에서 출발한 협동조합은 어느새 30여개의 점포가 참여할 만큼 커졌고 밀키트 종류도 현재 9가지로 늘었다.

시장은 연말까지 밀키트 종류를 15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제품을 홍보하고 판촉하기 위해 라이브커머스 방송도 시작했다.

전문 쇼호스트 섭외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상인들이 직접 쇼호스트로 발 벗고 나섰다.

쇼호스트 방송과 유튜브 '먹방'을 보며 익히고, 전문 쇼핑몰 PD에게 촬영 기술을 3개월간 배우기도 했다.

꼼지락몰 라이브커머스 영상
[꼼지락몰 누리집 갈무리.재판매 및 DB 금지]

매주 목요일 열리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할인 혜택까지 제공되니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온라인 판매가 늘었다.

온라인 소비자들의 관심은 오프라인까지 이어졌다.

지난 26일 시장을 방문한 주부 서모(43)씨는 "소문을 듣고 저번에 라이브커머스에서 짜글이 밀키트를 구매해서 먹어봤는데 재료도 신선하고 맛있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서구에 사는데 시장이 궁금해져서 일부러 와봤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밀키트 판매와 택배 배송에 그치지 않고 국내 시장 최초 '새벽배송'에도 도전하게 됐다.

시장 자체 플랫폼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새벽배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장 밖 주변 상인들과도 협업했다.

백 회장은 "동구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며 시장 밖 상인 20여명 참여를 끌어내 시장 상인 포함 50여명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며 "배달 품목도 샐러드, 요거트 같은 정기배송을 할 수 있는 것들까지 포함해 25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시작한 새벽배송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하루에 30여건씩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꼼지락시장에서 장 보는 사람들
[촬영 강수환]

동구에 살면서 꼼지락시장 새벽배송을 가끔 이용하는 오모(30)씨는 "신선식품은 확실히 시장 제품이 질이 좋지만, 장을 볼 여력이 안 될 때 새벽배송까지 해주기 때문에 편해서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의 시장에서 이런 노력까지 한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고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앞으로도 더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노력 덕분에 시장이 활기를 찾아가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백 회장은 "특성화시장육성사업 지원금이 올해까지만 나온다.

지금도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면서 "유통시장에서 우리 전통시장이 홀로 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구와 시에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작은 것을 크게 펼쳐 이루다'는 꼼지락 뜻처럼 작은 전통시장에서 시작한 신도꼼지락시장은 어느샌가 다른 전통시장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크게 펼쳐 이루기' 위해 오늘도 소상공인 점포 문을 두드리고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다.

sw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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