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지각변동'…떨고 있는 웨이브

입력 : 2023.10.04 08:00:08
제목 : 'OTT 지각변동'…떨고 있는 웨이브
'킬러 콘텐츠' 부재 속 경쟁력 약화…과거 국산 1위의 구겨진 자존심

[톱데일리] 최근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그간 국산 플랫폼 '왕좌' 자리에 있던 웨이브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콘텐츠 지속 투자에도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어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의 국내 OTT 위상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1위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웨이브는 지난 2019년 서비스 출범 이후 줄곧 국산 OTT 1위 자리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순위를 내준 후 현재는 디즈니플러스(+)에게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충성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에서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플랫폼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국내 1위는 부동의 넷플릭스로 1223만명을 기록했다. 2위는 쿠팡플레이(563만명), 3위는 티빙(540만명)이었다. 웨이브는 439만명으로 국내 4위에 머물렀다.

문제는 웨이브가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순위를 내준 것도 모자라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웨이브는 티빙과 쿠팡플레이를 이용자 면에서 앞섰지만 지난해 12월 KT 시즌을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불린 티빙에 역전당했고, 최근 쿠팡플레이에게도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후발주자 쿠팡플레이에 밀린 점은 웨이브로서 뼈아픈 지점이다. 지난 2020년 말에 출시된 쿠팡플레이는 쿠팡 와우 회원들의 부가서비스 정도로 시작했지만 최근 축구 등 스포츠 콘텐츠로 서비스 차별화를 두며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스포츠 콘텐츠가 성과를 내며 1년 만에 이용자가 58% 증가했다.

최근 '카지노', '무빙' 등 드라마 흥행으로 이용자가 급증한 디즈니플러스마저 웨이브를 위협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MAU는 지난달 269만명으로 1년 만에 약 60% 급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증가 추이를 단순 적용하면 디즈니플러스 이용자는 내년 430만명에 이르러 내후년이면 웨이브를 추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콘텐츠 시장이 커지며 타 OTT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는 동안 웨이브는 반대로 침체기를 보냈다. 웨이브는 최근 월 이용자 400만명 이상 수준을 회복했지만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300만명 이하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1월 웨이브 MAU가 492만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예전만 못한 경쟁력이다.

웨이브의 이용자 하락 배경엔 '킬러 콘텐츠' 부재가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더 글로리', '디피(D.P.)', '마스크 걸' 등 대작 드라마 제작이 지상파에서 넷플릭스 배급으로 넘어가는 시장 분위기에서 지상파 콘텐츠 중심의 KBS, MBC, SBS가 대주주로 있는 웨이브는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의 지분은 지상파 3사가 19.8%씩 동일하게 나눠 갖고 있다.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은 40.5% 수준인데 지상파 주주들의 입김 때문에 콘텐츠 제작 주도권을 갖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CJ ENM 자회사로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티빙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올해 웨이브는 '피의 게임 2', '남의 연애 2', '박하경 여행기'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고 연말까지 '거래', '용감한 시민', '데드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능, 드라마, 영화 등 전 범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지만, 타 OTT 경쟁사 대비 콘텐츠 숫자나 파 급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입자 성장에서 정체를 겪으면서 손실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출범 이듬해인 지난 2020년 100억원대에 그쳤던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1217억원으로 불어났다.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비용(3952억원) 중 콘텐츠원가에 들어간 비용만 2111억원으로 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그간 SK스퀘어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위한 물밑 작업을 시도해왔지만, CJ ENM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합병은 없던 일로 일단락 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현재 경쟁사들의 쏟아지는 '킬러 콘텐츠' 사이에서 기존 제작 역량으로 '정면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엔 대주주 KBS 등과의 '엇박자' 행보도 웨이브 부진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S가 이달 3일 무료 OTT 앱 KBS플러스(+)를 론칭했기 때문이다. 로그인 없이 KBS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기존 KBS 위주의 콘텐츠를 시청했던 웨이브 가입자의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웨이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SK스퀘어로선 부담이 적지 않다. SK스퀘어는 웨이브의 미국 등 해외 서비스 확장을 위해 콘텐츠웨이브에 지난 5월 250억원 상당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에는 지상파 3사와 함께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했다. 미주 지역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 인수와 맞물려 투자 규 모를 키웠다.

4년 전 웨이브를 직접 출범했던 SK텔레콤도 웨이브에 상당한 비용을 지원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만 '미디어팩' 이용 등 현금 수의계약으로 1082억원 상당을 콘텐츠웨이브에 지급했는데 전년 지급한 818억원보다 32.3% 가량 규모가 커졌다. 웨이브 연매출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OTT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의 합병 기회가 무산되면서 웨이브의 독자 생존 방안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OTT 시장이 크게 각광 받았는데 최근 열기가 식고 점점 레드오션이 되고 있어 웨이브도 콘텐츠에 대한 시각과 투자 전략에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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