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이커머스 '문어발' 큐텐에 팔리나

입력 : 2023.10.06 14:07:52
제목 : 11번가, 이커머스 '문어발' 큐텐에 팔리나
최대주주 SK스퀘어 지분 변화 주목…국내 이커머스 시장 재편 '촉각'

[톱데일리] SK스퀘어가 해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큐텐(Qoo10)으로부터 자회사 11번가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 지분 포함 최대주주 SK스퀘어 지분까지 잠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이미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품은 큐텐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최근 해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큐텐과 11번가를 공동 경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달 본격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큐텐과는 지난달 7월부터 경영권 매각 등 협상을 추진하면서 거래 금액에 대한 이견이 있었지만 극적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2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최근까지 3조원 이상을 목표로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적자가 지속되는 등 수익성 악화로 적정한 밸류를 평가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큐텐은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보고 계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이달 중 SK스퀘어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11번가 실사에 나선다. 실사 진행 후 큐텐은 이어지는 후속 절차에 따라 지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이르면 연내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큐텐은 11번가 거래 대금을 모으기 위해 국내외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FI 보유 지분 18.18%를 포함해 SK스퀘어(80.26%) 지분이 얼마나 매각될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선 SK스퀘어와 큐텐이 구체적 거래 내용을 정하지 않은 채 공동 경영이라는 큰 틀에서만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SK스퀘어가 11번가를 큐텐에 완전히 매각하는 대신 일부 지분은 남겨 향후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스퀘어가 11번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IPO(기업공개) 기한을 넘긴 이유에서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등으 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고 5년 내 IPO를 약속했다. 지난 9월 30일이 마감 기한이었다.

이번 계약에 특히 주요 주주 국민연금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11번가에 3500억원을 투자해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의 전체 출자액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11번가는 투자 시장 침체를 이유로 FI들에게 IPO 연기를 요청했으나 국민연금이 거절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SK스퀘어는 11번가 FI에게 최소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조건에서 일부 손실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향후 큐텐으로부터 수혈 받은 자금을 활용하면 투자원금 5000억원과 최소 IRR 금액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잔여금 발생 시 SK스퀘어가 취득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는 큐텐에게도 절호의 기회다. 앞서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을 시작으로 올해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하고 5월엔 위메프까지 인수에 성공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큐텐의 점유율이 8.35%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만큼 기업결합 승인에도 우호적인 상황이다.

실사 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경우에 따라 11번가의 최대주주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SK스퀘어는 자회사 SK쉴더스가 지난해 IPO 추진에 좌절한 이후 해외 투자자에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의 글로벌 투자회사 EQT파트너스에 8600억원 상당을 받고 SK쉴더스 최대주주 지위를 넘겼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와 큐텐이 맺은 계약은 아직 구속력 있는 단계가 아니기에 본 계약까지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사 후 협상 과정에 따라 지분율을 어느 정도 투자유치 받고 넘어갈지 정해지면 절차에 따라 최대주주 변동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시장 점유율 20% 수준까지 확장할 기회가 생긴다. 지난해 기준 거래금액 82조6000억원 규모의 국내 오픈마켓 시장으로 한정해보면 네이버(42.41%)와 쿠팡(15.91%)의 양강구도 체제였지만, 큐텐이 점유율 12.74%의 11번가를 인수하면 쿠팡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큐텐의 국내 장악력이 커지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는 네이버와 쿠팡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해외 지역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경쟁력을 키운 큐텐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대거 확장하면서 거래금액 점유율 11.5%의 신세계그룹(G마켓+옥션)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세운 회사로 2010년 싱가포르에서 한국 제품 판매로 몸집을 키우며 빠르게 성장했다. 일각에선 큐텐이 11번가까지 노리며 국내 중하위권 이커머스 플랫폼 인수에 적극적 공세를 펼치는 주요 배경으로 나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상승 모멘텀 확보를 꼽는다.

현재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연내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통상 IPO 시장에서 모기업 덩치가 커지면 자회사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지분 매각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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