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M&A] 하나금융, 인수 포기한 이유는

입력 : 2023.10.19 16:09:32
제목 : [KDB생명 M&A] 하나금융, 인수 포기한 이유는
최대 3000억 거론되던 인수금에 수천억원대 추가 자금 투입 부담된 듯 하나금융, 이중레버리지 비율 125%…자회사 출자 여력 9300억 불과 산은, 기업가치 제고 후 처리 방안 논의키로

[톱데일리]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보험 인수를 포기했다. 하나금융은 KDB생명과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이 맞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KDB생명이 자본 리스크를 지고 있는 만큼 인수금 외에도 수천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은 산업은행에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본실사를 진행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 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재무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목적으로 KDB생명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하나금융은 은행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증권,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신탁사까지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은행 의존도는 6월 말 기준 85.6%에 달한다. 하나생명의 경우 23개 생보사 가운데 자산 순위 17위권에 머물러 있는 데다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KDB생명을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하게 되면 자산 순위로는 단순 합산 시 10위권 안으로 들어온다.

이런 상황에서 KDB생명을 인수했을 때 들어가는 자금 규모가 만만치 않다. KDB생명의 정확한 매각가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2000억~30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었다. 여기에 KDB생명 자본 상황이 좋지 않아 자본 확충도 불가피했다.

KDB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신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67.53%로 보험업법상 넘겨야 하는 기준치인 100%를 크게 밑돌고 있다. 경과조치를 적용받아 140% 이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는 한시적인 조치로 실제 킥스비율을 올리기 위해선 수천억원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KDB생명의 6월 말 기준 지급여력기준금액을 고려해 킥스비율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최소 5000억원, 보험사들의 마지노선인 150%를 기준으론 1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 최근 KDB생명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에 지급보증인으로 나선 데 이어 1400억원대 유상증자까지 실시했음에도 킥스비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선 10위권 생보사를 만들기 위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하나금융은 이중레버리지비율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대손준비금 차감 후 자회사의 출자여력을 의미하는데, 금융당국에선 130% 미만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6월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에 달한다. 3개월 전(123.2%)보다도 1.8%포인트(p) 높아졌다.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고 같은 기간 하나금융을 제외한 4대 은행계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NH농협) 평균치인 107.17%보다 17.83%p나 높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자본확충을 진행한다면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이 급격하게 증가해 이중레버리지비율도 130%에 육박할 전망이다. 6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자본총계와 자회사 출자총액을 고려했을 때 출자 여력은 약 9300억원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소식에 신용평가사들도 하나금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이 은행 지주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인수 이후 추가 자금투입이 필요한 만큼 인수자금과 자금 규모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은 하나금융의 인수 포기 선언 이후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을 고려해 향후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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