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연중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국 장기채 투자상품이 최근 모처럼 수익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다는 기대감에 한 달 사이에 뭉칫돈이 유입됐다. 특히 환차익까지 노린 엔화 헤지 상품에 많은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국고채는 더욱 가파른 금리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개인 매수세가 주춤해지는 분위기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헤지 ETF'를 7387만달러(약 970억원)어치 사들였다. 전체 외화증권 투자 내역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 마이크로소프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순매수 종목으로 집계됐다.
장기채 가격 상승에 더해 엔화 가치 상승 효과로 수익률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국채(TLT) ETF'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채 불 3X SHS(TMF) ETF'도 각각 6244만달러(약 820억원)와 2996만달러(약 3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 종목 역시 전체 외화증권 투자 내역에서 순매수 상위 10종목 안에 들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1개월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채권형 ETF도 미국 장기채 상품이었다. 코스콤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를 422억원어치 사들였다.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ETF도 106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최근 한 달 사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ETF 수익률도 모처럼 오름세로 돌아섰다. 6일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4.317%로 한 달 전(4.831%)에 비해 50bp가량 떨어졌다.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ETF는 지난 6개월간 10.85%의 손실을 냈지만 최근 1개월로 따져보면 12.99%의 수익을 냈다. 스트립이란 원금과 이자가 붙어 있는 채권을 분리하고 만기가 긴 원금에만 투자해 채권의 평균 듀레이션(투자 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김대호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매니저는 "기존 30년물 채권 투자 ETF의 듀레이션이 17~18년 수준인 반면 스트립 채권 30년물의 듀레이션은 27~29년 수준으로 50%가량 더 길다"며 "듀레이션이 긴 만큼 높은 변동성에 따라 지금과 같은 금리 하락 시에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도 한 달간 6.80%의 수익을 올렸다.
국고채의 경우 금리가 한 달 사이 더욱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개인 매수세가 꺾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4%를 웃돌았지만 6일 3.4%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 달 새 10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도 각각 약 60bp, 50bp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9월 국고채를 6928억원, 10월에는 8596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최근 한 달 동안에는 5285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