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 [대원제약] ② 다나젠, 승계 포석일까

입력 : 2023.12.11 12:55:49
제목 : [지배구조 분석] [대원제약] ② 다나젠, 승계 포석일까
2세→3세 승계 미완성…배당-연봉만으로는 역부족 내부거래 늘리는 다나젠…오너 일가 지분 보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톱데일리] 대원제약의 승계는 아직 미완성이다. 2세대 지분을 3세대가 넘겨받아야 하지만, 매년 받는 연봉과 배당만으로 승계재원을 마련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대원제약으로부터 수백억원대 내부거래를 올리는 계열사 '다나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다나젠의 주주구성에 오너 일가의 직·간접적 개인 지분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너 3세의 숙제,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

대원제약의 2세로부터 3세 승계는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다만 속도는 더디다. 대원제약 주주명단에 처음 3세들의 이름이 등장한 건 2008년으로 15년 전이다.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 백인영 대원제약 상무 등 오너 3세 4인방이 2008년 각각 지분율 0.06%에 달하는 대원제약 주식을 수증 및 장내매수 방법으로 취득했다.



일찌감치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10여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3세들이 확보한 지분은 많지 않다. 현재 대원제약의 최대주주는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및 특수관계인으로 대원제약 지분 총 38.54%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창업주 2세인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과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이 20%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들 세대인 백인환(BAEK JONATHAN IN) 대원제약 사장은 5.93%, 백인영 대원제약 상무는 2.98%로 둘이 합쳐 약 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 전부다.

결국 아버지 세대의 20%대 지분을 넘겨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만간 3세들의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백승호 회장, 백승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현재 가치(지난 7일 종가 기준)는 각각 353억원, 415억원 수준이다. 이 지분을 그대로 3세가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때, 상속세 등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총 768억원의 절반 가량인 384억원 정도다.

승계 재원에는 대표적으로 배당금이 활용된다. 대원제약이 오너 일가에 배당하는 금액은 최근 5년 평균 연 20억원이다. 2018년 19억원, 2019년 20억원, 2020년 13억원, 2021년 16억원, 2022년 30억원을 각각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 중에서 3세인 백인환 사장과 백인영 상무가 5년간 받은 배당금은 둘이 합쳐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연봉을 포함하더라도 800억원어치 지분을 승계받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거래로 '땅 짚고 헤엄치는' 다나젠, 소유주는 누구?

다른 승계재원 마련 방법으로는 계열사를 활용할 수 있다. 대원제약 계열사 가운데에서는 내부거래로 양호한 실적을 올리는 알짜 회사 '다나젠'이 가장 눈에 띈다.

다나젠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위한 생명공학 기업으로 2015년 설립됐다. 이후 대원제약으로부터 의약품 판매대행 사업(CSO)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원제약 제품을 다나젠이 판매하는 대신, 대원제약으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는 식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다나젠은 대원제약 판매대행 사업으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계열 매출을 올렸다. 대원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다나젠을 상대로 한 지급수수료와 제품매입 금액이 2017년 126억원, 2018년 160억원, 2019년 174억원, 2020년 169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규모가 더욱 커졌다. 지급수수료와 매입금액은 2021년 173억원, 2022년 210억원, 2023년 3분기 기준 185억원을 기록했다. 다나젠의 전체 매출 대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021년 55%, 2022년 48%에 달했다.

이를 통해 다나젠은 매년 수십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알짜 관계사로 거듭났다. 다나젠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2018년 10억원에서 2019년과 2020년 각각 18억원, 2021년 26억원, 2022년 18억원 등으로 점차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오너 일가가 다나젠을 '승계 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다나젠 주주구성으로는 대원제약 지분 27.6%, 최남희 다나젠 대표 4.5%만이 공개돼 있다. 나머지 68%의 기타주주 정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기타주주에 오너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다나젠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오너 일가가 다나젠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면, 배당금 활용 또는 지배구조상 핵심 회사와 합병하는 방식 등으로 핵심회사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다나젠이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한편 다나젠의 배당정보는 2021년과 2022년의 내역만 공개돼 있다. 다나젠은 2021년과 2022년 모두, 주당 200원씩 4억7500만원을 주주들에 배당했다.

오너 일가가 2019년부터 다나젠의 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나젠은 2019년부터 대표이사직은 최남희씨가 맡아 왔다. 동시에 사외이사는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이 각각 맡아 왔다. 지난해에는 백승호 회장(2세)이 사외이사직을 사임하고, 백승열 부회장(2세)이 다나젠의 사내이사로 자리를 옮겼으며, 백승열 부회장의 아들인 백인영 상무(3세)가 다나젠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한 회계 전문가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CP(Compliance Program·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규정 강화로 CSO 업체에 따로 영업을 맡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다나젠 역시 대원제약이 이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보인다"며 "68%의 기타주주 내역은 비공개라 알 수 없지만, 오너 일가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다나젠은 계열회사긴 하지만 대원제약과는 별개의 회사로, 주주 구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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