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결산] [두산] ① '오너 5세' 승계구도 미리 짠다

입력 : 2023.12.19 14:39:22
제목 : [30대 기업 결산] [두산] ① '오너 5세' 승계구도 미리 짠다
'장자승계+공동경영' 원칙에 '사촌 경영' 시작 장손 박상수 ㈜두산 입사…대규모 지분 매집도



[톱데일리] 재계 17위인 두산이 30대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먼저 '오너 5세'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올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씨가 ㈜두산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후계구도 구축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1896년 박승직 창업주가 설립한 '박승직상점'을 모태로 하는 기업으로, 박 창업주의 아들인 박두병 초대회장이 현재의 '두산'을 만들었다. 박두병 초대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회장 자리에 앉으면서 '장자 승계'를 통한 3세 경영이 이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두병 초대회장이 강조한 '공동소유, 공동경영' 대원칙에 따라 3~4세 간 경영부터는 형제들이 채워왔다. 실제로 박용곤 전 명예회장의 동생들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2남),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3남),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4남),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5남) 등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회장 자리에 오르며 '형제 경영'을 이어왔다.

4세 승계를 앞둔 2016년 박용만 전 회장은 조카이자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4세)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며 오너 4세부터는 '사촌 경영'이 시작됐다.

4세 경영이 시작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두산그룹은 5세 후계구도 만들기에 돌입했다. 두산의 경우 재계에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최근 3세, 4세 승계를 마무리한 다른 기업들보다 '3세→4세→5세'로 넘어가는 시점이 빠른 편이다.

두산그룹 오너일가 5세 가운데 가장 먼저 두산에 입사한 건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2남)의 장남인 박상우 씨다. 1994년생(만 29)으로 2018년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22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하다 지난해부터 ㈜두산의 수소분야 자회사인 하이엑시엄에 파트장으로 입사했다.

주목해야 할 인물은 올해 ㈜두산에 모습을 드러낸 박정원 회장의 장남이자 장손인 박상수 씨다. 박상수 씨 역시 1994년, 올해 만 29세로 2019년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초까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부문 전문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9월 ㈜두산 지주부문 CSO 신사업전략팀 수석 직으로 입사했다.

특히 박상수 수석은 오너일가 4세 중심으로 구성된 ㈜두산 지분율을 최근 대거 끌어올리면서 입사 전부터 유력한 5세 승계 후보자로 부상했다.

당초 두산그룹 지분은 '4세'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지주사인 ㈜두산 지분만 놓고 보면, 3세 제외 보통주 기준 ▲박정원 회장(7.41%) ▲박지원 부회장(5.32%) ▲박혜원 두산매거진 회장(2.22%)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3.64%) ▲박석원 ㈜두산 사장(2.98%) ▲박태원 한컴 부회장(2.7%)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1.99%)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사장(1.99%)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두산 오너일가 5세들이 ㈜두산 지분도에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주식 수가 수백~수천주 수준이라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박상수 수석이 두 달여 만에 11만2874주를 사들여 총 13만2380주(0.8%)를 보유해 5세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갖게 됐다. 매수 자금 91억6000만원은 증여받은 것으로 신고됐다. 박상우 파트장 지분율은 0.04%(6361주)다.

다만 박정원 회장이 1962년생으로 현재 재계 회장들 가운데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데다, 아직까지 지주사를 포함한 지분이 오너일가 4세들 위주로 구성돼 있어 당장 5세로의 승계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두산 오너일가 5세들은 당분간 현장 경험을 쌓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상우 파트장이 근무 중인 하이엑시엄은 2014년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소재의 두산 수소 분야 자회사로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 시스템을 생산한다. 하지만 최근 업황 악화로 실적이 하락하면서 최근에는 대규모 인력 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박상우 파트장은 사업개발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실적 회복을 통한 경영능력 입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수 수석의 경우 두산그룹 전반의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담당하는 CSO 조직에 근무하고 있어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재계 오너일가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최근 롯데그룹과 LX그룹 오너일가 자제들도 박 수석과 마찬가지로 그룹 신사업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최근 박정원 회장이 미래성장동력으로 '반도체' 부문을 지목한 것도 박 수석의 역할과 맞닿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수석이 한국투자증권에서 반도체부문 전문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데다, 박 수석이 근무하고 있는 CSO 조직을 총괄하는 김도원 사장은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 대표로 부임해있는 상태다.

일단 두산 오너 5세들이 두산 경영에 참여한 지 1~2년차에 불과한 만큼 당분간 승계보다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경영능력을 입증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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