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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두 달 동안 660억 들여 주식 '경쟁적' 매입…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



[톱데일리]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이어온 영풍그룹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두 가문의 경영권 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총 11만6278주를 매입했다. 양측이 지분 매입에 사용한 금액은 총 663억원에 달한다.

법인 중에서는 최씨 일가가 경영하는 영풍정밀이 가장 많은 지분을 사들였다. 영풍정밀은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6만5787주(지분율 0.33%)를 373억원에 장내 매수했다.

김지수씨 등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직접 매수 역시 이어졌다. 김지수·최인승씨 등 최씨 일가 구성원 5인은 15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2582주(0.01%)를 장내 매수했다.

장씨 일가가 이끌고 있는 코리아써키트 역시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12월13일부터 올해 1월18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4만5530주(0.23%)를 262억원에 장내 매수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다.

아울러 장형진 회장의 자녀 소유 회사인 씨케이 역시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했다. 씨케이는 지난 1월31일과 이달 1일 고려아연 주식 2379주(0.01%)를 13억원에 취득했다.

이로 인해 최씨 일가(우호지분 포함)와 장씨 일가의 지분율 차이는 3.8% 수준에 달하게 됐다.

영풍그룹은 황해도 출신의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일군 기업집단이다. 장씨 일가는 지주사 업무와 전자부품 및 비철금속 제련 사업을 맡고,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서린상사 등 일부 계열사 경영을 나눠 맡아왔다.

그동안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은 장씨 일가가 더 높 기는 했지만,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아 경영하는 것에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가 본격화된 이후 한화그룹, LG화학, 모건스탠리, 한국투자증권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를 우호세력으로 영입하면서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일련의 과정으로 최씨 일가는 우호세력 지분을 포함해 장씨 일가와의 고려아연 지분 차이를 기존 16%에서 3%대까지 줄였다. 양쪽 일가의 경쟁적인 지분 매입으로 현재까지 3%대의 지분 차이는 유지되고 있다. 장씨 일가는 ㈜영풍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31.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씨 일가는 우호세력 지분을 포함해 28.13%의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계산하면 양측 지분 차이는 3.8%에 달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을 둘러싼 긴장감이 이번 경쟁적 지분 매입을 넘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표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당분간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회장직에 오른 이후부터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중장기 배당 정책'을 수립해 이를 공시했다. 연말 배당 정책을 수정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발표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