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빌딩서 15% 꿀꺽 … 인기 음원은 7% 냠냠 쪼개 먹는 '토큰증권' 히트 예감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입력 : 2023.02.10 16:14:33
10년 만에 새로운 투자 시장 열려 … 유망 상품 분석







내년부터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릴 전망이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13년 장외 주식 거래 시장인 코넥스 출범에 이어 10년 만에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토큰 시장이 새로 탄생하는 것인 만큼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실물자산이 토큰증권화돼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부동산 조각투자,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지식재산권(IP),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제공되는 투자계약증권이 초기에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증권은 소액투자가 가능하면서도 수익률은 대규모 투자를 한 것과 동일하게 올릴 수 있어 자금이 없어 투자를 못해왔던 사람들에게 좋은 투자 수단이 된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한 것을 말한다. 현 전자증권이 실물자산인 증권에 대한 권리를 전자적으로 기록한 것이라면 토큰증권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으로 재포장한 것이다. 이럴 경우 블록체인 기반 중개 플랫폼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으며 소수점 단위 거래나 액면분할과 같은 주식 쪼개기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토큰증권을 활용하면 기반이 되는 증권의 폭도 대폭 늘어난다. 전자증권이 주로 상장회사들의 주식이나 채권 등을 대체하는 용도였다면 토큰증권은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실물증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서는 토큰증권을 통해 최근 출연한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등 상장사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수익을 나눌 수 있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음원으로 발생한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저작인접권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실제 시장이 개설되면 더 많은 권리가 토큰증권을 통해 증권화돼 발행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토큰증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부동산 조각투자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이미 2019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구체적으로 ABS를 디지털화한 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DABS)을 잘개 쪼개 거래 플랫폼을 통해 사고파는 형태다. 카사, 소유, 펀블 등이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카사는 현재 서초 지웰타워, 여의도 익스콘벤처타워 등 5개 빌딩의 DABS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토큰증권 시장이 출범하면 부동산 조각투자는 새로운 시장에 맞춰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거래되는 토큰 형태의 DABS가 바로 토큰증권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카사 등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회사들에 의해 이미 시장이 일부 조성돼 있기 때문에 초기 마중물로서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토큰증권 수익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기반 부동산의 임대수익이다. ABS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담보하기 때문에 배당처럼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 소득 수익률은 1%대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 증권을 통해 소액으로도 낮지만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두 번째는 가치 상승이다. 카사는 토큰증권발행(STO)처럼 신규 빌딩을 구매해 DABS로 분할하고 플랫폼 내에 발행하고 있다. 이후 빌딩을 매각하면 매각대금을 다시 DABS 구매자에게 분할 지급한다. 즉 100억원짜리 빌딩을 구매해 DABS 100개를 발행하고 이후 빌딩을 120억원에 판매했다면 DABS 1개당 1억20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구매자는 20%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형태로 카사는 역삼 런던빌, 역삼 한국기술센터 등 2개 빌딩을 매각해 12~14% 수익률을 기록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있는 예술품 조각투자도 토큰증권 시장의 두 번째 합류 주자로 꼽힌다. 예술품 조각투자는 예술품을 금융기관에 신탁하고 이에 기반해 발행된 신탁수익증권을 토큰화하는 형태로 거래된다. 테사, 아트투게더, 소투 등이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조각투자가 증권에 해당된다는 판정이 난 이후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는데 토큰증권 시장이 출범하면 해당 플랫폼에 맞춰 서비스를 재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예술품 조각투자는 부동산 토큰증권과 같은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예술품의 경우 전시회나 미술관 등에 임대돼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일회성이기 때문에 가치평가에 적절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예술품 고유의 가치 상승에 베팅해야 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지난해 예술품 조각투자의 수익률은 상당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 토큰증권 주자로는 음원 수익을 들 수 있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4월 저작인접권 조각투자의 증권 판정 이후 서비스를 중단하고 관련 규제에 맞게 사업을 재편한 뒤 지난해 9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토큰증권 시장이 개설되면 제한적으로 진행해왔던 음원 조각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음원 수익 토큰증권은 부동산과 예술품의 중간 정도로 볼 수 있다. 예술품처럼 수익이 일회성에 그치진 않지만 부동산처럼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특히 음원은 대다수가 유행을 타는 저작물이지만 '벚꽃 연금'으로도 불리는 '벚꽃 엔딩'은 봄마다 음원차트 순위권에 진입해 저작권 관련 수입을 관계자에게 톡톡히 돌려주고 있다. 이처럼 음원별 특성도 투자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뮤직카우가 밝힌 지난해 보유곡 저작권료 수익률은 7.2%를 기록했다.

현재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되고 있는 투자계약증권도 토큰증권 시장에 일부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연간 30억원 한도로 집행되는데 투자자별 투자한도 등의 규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토큰증권을 통해 투자자 제한 없이 매매가 가능해지면 시장 규모가 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출범에 맞춰 등장할 다양한 토큰증권의 투자 포인트로는 기반이 되는 실물자산의 종류를 들 수 있다. 특히 실물자산에 수익 배분 권리가 포함돼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배분 권리가 포함될 경우 수익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가치평가에도 반영해야 한다. 반면 수익 발생보다 자체 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춘 예술품 토큰증권은 수익을 제외한 가치평가가 필요하다. 이처럼 각각 다른 토큰증권의 성격을 고려한 가치평가나 공시, 관련 정보 등을 적절히 제공하는 것도 시장 활성화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 분리에 따른 유동성 관리도 투자 포인트다. 토큰증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해도 시장 규모가 작아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이 크게 벌어지면 거래 비용이 높아져 투자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큰증권의 기반이 되는 실물자산 종류에 따라 유동성도 제각각일 것이기 때문에 용이한 거래를 위한 유동성 공급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도 향후 확인해야 할 요소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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