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곳 없네”…감평사에 웃돈 주고 평가액 부풀린 전세사기범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입력 : 2023.02.13 10:53:31
감정평가 이용한 전세보증사고액
지난해 2234억…1년새 3.6배↑


전세사기 피해 접수를 하는 세입자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전세보증사고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집주인의 전세금 미반환으로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신 돌려달라고 요청한 주택 20%는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HUG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전세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지난해 2234억원(960건)으로 전년(662억원·251건)대비 3.6배 폭증한 수치다.

정평가서를 이용한 보증사고는 대부분 다세대·연립 등 빌라에서 일어난다. 전세사기범들은 신축 빌라의 경우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감정평가사들과 짜고 평가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전세금을 올려받고,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지난해 빌라 사고액은 총 1678억원(75.1%)으로, 오피스텔 342억원(15.3%)과 아파트 145억원(6.5%)를 크게 웃돌았다.

HUG는 그동안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심사를 할 때 공시가격 140%와 실거래가보다도 감정평가 가격을 최우선으로 적용해 왔다.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는 신축 빌라는 감정평가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줬다. 감정평가법인은 집주인이 직접 지정할 수 있었다.

전세사기범들은 이러한 허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감정평가사에게 정당 평가금액 보다 웃돈을 주고 평가액을 부풀려 전세금을 올렸다. 전세대출도, 보증보험 역시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나오기 때문에 평가액을 높여 세입자 대출 한도를 늘리는 수법을 썼다.

작년 전체 보증사고 액수 1조1726억원(5443건) 가운데 19.6%는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사고액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전세 보증보험 가입 때 감정평가 업무를 HUG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 40곳에서만 진행하도록 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이들 40곳을 추천했다.

아울러 보증보험 심사 때 주택 가격을 ‘공시가격의 140%→실거래가→감정평가’ 순으로 적용 순서를 개선했다. 또 신축 빌라의 경우 평가액의 90%만 인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세사기범들은 생각보다 집요했다. 인정 법인 3곳이 부적절한 감정평가를 한 것으로 의심 받아 HUG는 제도 변경 일주일여만인 지난 8일 이들 3곳을 인정 기관에서 배제했다.

한편, 작년 한 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31억원에 달했다. HUG는 9241억원을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줬지만,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21%)에 불과했다. 손실금은 약 7000억원이다.

대위변제금이 늘어나면서 HUG는 작년 1000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가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는 54.4배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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