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소외' 네·카 … 성장성마저 먹구름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4.03.04 17:49:18
올 네이버 14%·카카오 2% ↓
고PBR에 외국인·기관 매도세
中 알리·테무 초저가 공세에
네이버 커머스 수익성 우려
카카오 4분기 깜짝실적에도
킬러 콘텐츠 없어 지지부진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에서 비켜난 네이버·카카오 주가가 시장 평균을 밑돌고 있다. 플랫폼 업종 주력 사업인 광고·전자상거래(커머스)·콘텐츠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올해 들어 14.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 주가도 2.21% 떨어졌다. 반면 코스피는 이 기간 0.72% 상승하며 강보합세를 기록했다. 국내 플랫폼 업종 내 두 대형 상장사 주가 흐름이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네이버는 방향성 매매에 중요한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네이버 주식을 각각 3004억원, 5661억원 순매도했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현재 국내 증시 상승세를 견인 중인 저평가 우량주 테마의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하면서 주가가 부진한 모양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장부상 가치(1배)에 미치지 못하는 소위 '저PBR주'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며 기술주의 대표 격인 네이버·카카오에는 수급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PBR은 각각 22.3배, 1.2배에 달한다. 카카오의 12개월 선행 PER, PBR도 각각 51.4배, 2.3배로 기업가치 부담이 높은 편이다.

광고·커머스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장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 또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43%)을 차지하는 서치플랫폼 사업은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1%에 그쳤다. 인공지능(AI)의 광고·커머스 신규 실적 기여 또한 중장기 과제다. 특히 최근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저가 플랫폼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커머스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네이버 실적에서 커머스 매출 비중은 22%로 서치플랫폼 다음으로 높다. 커머스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8%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분할상장에 대한 디스카운트(할인)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분 71.2%를 보유한 대표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을 연중 미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자회사 상장 시 기업가치 확대로 지주사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도 있지만 주주가치 희석으로 작용해 주가가 하락할 위험성 또한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평균적으로 네이버웹툰에 부여하는 가치는 5조~6조원이다. 네이버 시가총액(약 31조원)의 5분의 1~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웹툰 거래액 성장률은 12.2%로 낮아진 상황이다. 네이버웹툰이 폭발적 성장성으로 모회사인 네이버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건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시선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서비스 개편으로 광고·커머스 사업(톡 비즈) 부문에서 수요가 증가한 게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높은 기업가치 부담을 압도할 만한 콘텐츠 사업 부문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잦아들면서 카카오 주가는 횡보 상태다. 깜짝 실적은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적 비용 절감 효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향한 실적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콘텐츠 사업의 외형 성장이 부재한 점은 해당 사업들의 디스카운트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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