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만1433원 vs 홍콩 2797원...같은 일 하는데 임금 차이 7배 왜?

한상헌 기자(aries@mk.co.kr)

입력 : 2024.03.05 21:57:09 I 수정 : 2024.03.05 22:58:08
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女노동시장 참여율 10%P 올라


돌봄 서비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제안했다. 돌봄 서비스 인력난과 비용 증가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해야하는데 높은 최저임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임금이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줄이고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5일 한은이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는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민석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도 함께 고려함으로써, 외국인 고용이 충분히 확대되고 그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콩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임금이 충분히 낮아진 뒤 고용이 늘어 어린 자녀를 둔 내국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다. 오스트리아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외국 간병인 고용이 늘자 부모 간병에 따른 자녀의 경제 활동 제약이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두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개별가구에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다. 사적계약 방식이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방식으로 홍콩은 2022년 기준 시간당 2797원으로, 우리나라 가사 도우미 임금(1만1433원)보다 현저히 적다. 싱가포르(1721원)나 대만(2472원)도 최대 6~7배 가량 비용이 낮다.

또 다른 방식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 서비스업을 추가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외국 인력을 재가·시설 요양에 모두 활용할 수 있고 관리·감독 우려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열린 발표 관련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시급히 고민해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는 가사도우미 송출국 입장에서 필리핀 정부가 임금을 적게 주더라도 더 많은 인원을 보내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필리핀의 경우 해당 국가의 최저임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하면서도 적정가격을 월 100만원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의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두 가지가 동시에 만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홍콩이 가사도우미 도입한 이후에 전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10%포인트 올랐고, 대졸 여성의 경우 25%포인트가 올랐다”며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정연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도 “사회복지보건서비스업 분야는 향후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돌봄서비스의 높은 비용은 여성의 경력단절 발생 등 사회적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돌봄서비스의 퀄리티를 어떻게 확보할 건지와 내국인 종사자 보호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 있다”며 “하지만, 부작용이 일부 있더라도 다양한 서비스 퀄리티가 있고, 다른 가격에 지급할 수 있는 옵션을 줌으로써 해결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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