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베트남이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생산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미국, 인도를 넘어섰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베트남 공모펀드 21개의 평균 수익률은 14.8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주요 국가 중 일본 펀드(18.33%)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이다.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미국(13.29%), 인도(6.84%) 수익률도 상회했다. 미국과 인도는 선진국, 신흥국 테마 중 각각 1위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베트남 펀드의 순자산액은 1조5851억원으로 설정액(8873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다.

베트남 ETF의 성과도 좋다. ACE 베트남VN30(합성) ETF 주가는 올해 들어 17.47% 상승했다. 레버리지 상품인 ACE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 ETF는 25.46% 올랐다.

올해 들어 베트남 상품의 수익률이 호조를 보인 건 베트남이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생산의 중심지로 주목받으며 외국인 투자자금을 쓸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미국, 중국 갈등으로 ‘차이나 런’ 현상이 발생하면서 베트남이 새로운 산업생산의 중심지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베트남 내 반도체 후공정 투자액은 지난해 약 100억달러에서 올해 120억달러로 2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2025년 투자액도 140억달러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2018년 베트남에서 수입한 반도체 금액규모는 약 18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23년엔 283% 급증한 68억달러에 달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중립적이고, 국익을 우선하는 ‘대나무 외교’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엔비디아, 인텔, 램리서치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전진 기지로 채택되고 있다”며 “베트남 내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한미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등이 있다”고 말했다.

공모펀드 중 순자산액 규모가 가장 큰 건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다. 해당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9.11%로, 설정 이후 수익률은 146.59%에 달한다. 그 밖에 HDC베트남적립식펀드, 한화베트남레전드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각각 22.92%, 16.16%로 높았다.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는 자산의 60% 이상을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외 채권, 어음을 담아 안정성을 높였다.

베트남 최대 철강 기업인 호아팟그룹과 물류회사 제마뎁을 포함해 FPT디지털리테일, 베트남외환은행 등 다양한 업종의 우량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밀리터리은행, 베트남산업은행, 베트남무역은행, 아시아은행 등 베트남 금융주들의 상승 동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들은 금융 소외계층이 많아 향후 경제 성장으로 인해 신규 고객 확보, 자금 유치 여력이 많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미·중 지정학적 갈등 영향으로 베트남 증시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원준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베트남 경제와 상장사들의 실적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지난 2년 동안 타 시장 대비 주가가 크게 빠져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매력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보다 5.66% 성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기대감도 대표 신흥국 시장인 베트남 증시를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베트남 당국이 2025년부터 증권시장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거래소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는 점도 호재다.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 증거금 예치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