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이상 오른 종목만 담아 모멘텀ETF 올해 13% 뛰어 코스피 상승률의 3배 눈길 반도체 비중 큰 상품 급등 삼성전자·하이닉스 상승 견인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관성에 따라 강세가 이어지기 마련이니 상승하는 주식을 과감하게 매수하라는 뜻이다. 증권업계 오랜 격언처럼 모멘텀주가 최근 시장을 크게 이기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모멘텀주는 최근 반년에서 1년 사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가리킨다. 단순 시가총액이 아닌 최근 성과에 따라 구성종목을 자동으로 교체하면서 주도주 장세를 빠르게 반영하는 모멘텀 상장지수펀드(ETF)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올해 들어 3.7% 오르는 동안 주요 모멘텀 ETF가 이를 2~3배 상회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KODEX MSCI모멘텀 ETF가 12.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송아현 삼성자산운용 ETF운용3팀 매니저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장을 보여왔다"며 "반기별 종목 편출입과 월별 비중 조절로 모멘텀 전략의 단점인 높은 턴오버(종목 교체)를 보완한 점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그 밖에 KBSTAR 모멘텀밸류(11.2%), ACE 스마트모멘텀(9.7%), ARIRANG KS모멘텀가중TR(8.7%), TIGER 모멘텀(7.5%)도 모두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최근 시장은 이른바 '가는' 주식과 섹터가 더 상승하는 흐름"이라며 "모멘텀 투자는 주식시장이 오를 때 초과 수익을 추구하기에 상승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모멘텀 ETF라도 포트폴리오는 상품별로 크게 차이가 났다. KODEX MSCI모멘텀과 ACE 스마트모멘텀 ETF는 각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20% 넘게 담았다. 나머지는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셀트리온, 기아 등 국내 증시 대장주로 채웠다.
KBSTAR 모멘텀밸류 ETF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삼성화재 등 금융주 중심으로 구성했다.
상대적으로 KODEX 모멘텀Plus와 TIGER 모멘텀 ETF는 중대형주에 집중했다. 특히 TIGER 모멘텀 ETF는 비중이 높은 한미반도체(135.8%), 효성중공업(79.1%), SK스퀘어(46.8%), 메리츠금융지주(37.2%), 크래프톤(30.2%)이 모두 30% 넘게 오르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KODEX 모멘텀Plus는 HD현대일렉트릭(121.4%),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5.9%), 경동나비엔(22%)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오동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팀장은 "모멘텀주 투자는 단순히 과거 성과만을 기준으로 선정하기보다 기업 이익 증가를 함께 고려해야 바람직하다"며 "저유동성 종목은 단기 수급에 따른 단기 가격 상승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오르는 주식을 사는 전략'이 적중했다. 연초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약 10% 오르는 동안 아이셰어스 MSCI USA 모멘텀 팩터 ETF는 19.5% 상승하며 10%포인트가량 초과 성과를 이뤘다.
해당 ETF는 올해 들어 각각 83%, 39% 오른 엔비디아와 메타 비중이 크다. 여기에 브로드컴, 일라이릴리,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AMD, 코스트코 등을 담았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이 같은 모멘텀주의 초과 성과는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당시에는 몇 개월 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다. 지난해 3~4분기 동안에는 모멘텀주가 대표지수를 약 14% 앞서며 그 차이가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