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대만 강진에 TSMC 공급망 타격 우려 美다우 1년만에 최대폭 하락 엔비디아·AMD·SK하이닉스 국내외 반도체 대장주 급락 日장비기업도 일제히 하락세 서학·일학개미 수익 빨간불
게티이미지뱅크
금리 인하 가능성 후퇴에 따른 미국 증시 하락과 '반도체 강국' 대만을 덮친 강진 탓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한·미·일 반도체 기업들 주가가 덩달아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최근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뒤늦게 국내외 주요 반도체주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가 연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4일(현지시간) 미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30.16포인트(-1.35%) 내린 3만8596.98에 마감했다. 작년 3월 22일 이후 1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같은 날 S&P500지수는 1.23% 내린 5147.21, 나스닥종합지수는 1.4% 하락한 1만6049.08에 거래를 마치며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1% 넘게 급락했다. 특히 이날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상승세를 타던 엔비디아(-3.44%), AMD(-8.26%), 퀄컴(-2.39%), 브로드컴(-3.35%), 마이크론(-3.06%)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 주가가 동반 추락했다. 반도체 기업 주가를 지수화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전날 대비 3.01% 급락한 4756.07을 기록했다.
AI용 반도체 간판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는 최근 5거래일 기준으로 각각 4.5%, 7.6% 떨어졌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5일 국내 증시도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는 전일 대비 27.79포인트(-1.01%) 내린 2714.21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0.61포인트(-1.20%) 내린 872.29에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 동반 매도세에 장중 한때 코스피는 2705선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특히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2.77% 떨어진 주당 18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닉스는 최근 한 주 새 등락을 반복하며 주가가 2%가량 하락했다.
이날 대만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일본 증시에서는 세계 4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과 또 다른 장비업체 어드밴테스트 주가가 전날보다 각각 5.60%, 4.85% 떨어졌다. 최근 5거래일 기준으로는 순서대로 각각 6.4%, 11.9% 하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밴테스트는 올해 들어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주식 중 각각 3위와 4위에 올라 있다.
최근 주요 반도체 업체들 주가 흐름이 주춤하면서 이들 기업 투자에 나선 국내 투자자들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대만 지진 여파에 따른 TSMC 생산 차질과 금리 인하 가능성 후퇴 등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연구원은 "TSMC의 생산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AI 관련 기업 주가를 멈추게 할 핵심 변수"라면서 "구체적인 여파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격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대만 지진 여파로 D램 반도체 잠정 가격 발표를 연기하는 등 파장이 작지 않은 모습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이 지진 여파를 받은 가운데 고객사들이 올해 2분기 공급 부족을 우려해 D램 주문을 늘리면 가격이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4일 저녁 TSMC는 성명을 통해 "지진으로 인해 반도체 팹(공장)의 일부 설비가 훼손됐으며 10시간 이내에 공장 설비의 70% 이상을 복구했다"면서도 "일부 생산 라인은 가동 재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자동차와 스마트용 반도체 칩뿐 아니라 AI용 반도체로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생산 차질이 제조업뿐 아니라 AI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회사 경영진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중요 설비들은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