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끝나면 곧바로 라니냐 이상기온발 에너지 대란 전망 산업원자재 수요 더 늘어날듯 구리 실물 ETF 지난달 18%↑ 선물 가격도 올해 최고가 근접
이상기후 현상이 강도 높게 나타나면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을 이끌어 코코아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엘니뇨가 이달 소멸하고 북반구의 겨울을 혹독하게 만드는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원유, 구리 등 이미 상승세를 탄 산업 원자재의 수요가 더욱 자극받을 가능성이 크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구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TIGER 구리실물'은 지난달에만 17.92% 올랐다. 'KODEX 구리선물(H)'과 구리·알루미늄·니켈에 투자하는 'TIGER 금속선물(H)'도 각각 14.78%, 12.83% 올랐다. 올 들어 구리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1만64달러를 기록하며 지난달 29일 기록했던 올해 최고가 1만135달러에 근접했다. 치솟던 구리 가격은 이달 초 잠시 조정을 받았지만 다시 상승하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리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건축, 설비, 송전 등에 두루 쓰이는 구리는 대표적 경기 선행지표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중국의 본격적인 경기 재개를 앞두면서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또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구리 수요가 폭증했다.
여기에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다. 특히 엘니뇨 이후 찾아올 것으로 보이는 라니냐가 구리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엘니뇨는 북미와 남미 등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이 지역의 강수량을 확대하고 태평양 건너 반대편 동남아시아, 호주, 인도 등에서는 가뭄을 초래한다.
최근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것도 엘니뇨의 영향이다. 엘니뇨 때문에 세계 최대 카카오 생산국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가뭄이 생겼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오는 5월 엘니뇨는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60%의 확률로 라니냐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낮은 상태로 지속되는 현상이다.
북반구에 혹독하게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을 초래한다. 강도 높은 라니냐가 발생하면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해 에너지 대란이 가중된다.
전력 가격 상승은 자연스레 구리를 비롯한 산업금속 가격에 전가된다. 산업금속은 원자재 가운데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이 가장 높다. 알루미늄만 하더라도 생산 과정에 t당 1만3500kwh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구리는 이보다 다소 낮지만 구리 역시 필연적으로 전력을 소비한다. 라니냐로 겨울철 북반구 지역에 한파가 시작되면 난방향 전력 수요 급증으로 구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 구리 가격은 라니냐 발생 시기에 급등했다. 가장 최근의 라니냐는 2020년 9월부터 2023년 2월 정도까지 지속됐다. 당시 2020년 9월 t당 6600달러였던 구리는 라니냐가 시작되고 8개월 만에 t당 1만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2022년 4월부터 라니냐의 강도가 줄어들며 난방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에는 8000달러대를 유지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조업지수 등에서 원자재 수요 회복이 예측되고 라니냐도 발생할 것으로 보이므로 원자재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