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노조에… 정규·비정규직 월급차이 211만원 '사상최대'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입력 : 2023.02.20 17:48:34 I 수정 : 2023.02.20 23:06:56
노동시장 이중구조 악화
대·중기는 최대 402만원 격차
전문가 "직무급제 확대에 더해
파견업종 늘리고 노동 유연화"
정부 "조선업부터 격차 해소"
이르면 다음주 상생협약 도출




◆ 노동개혁 모멘텀 ◆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도합 240만명이 넘는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다. 양대 노총의 힘이 커진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노동시장의 이른바 '이중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임금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총액은 월 379만5000원으로 비정규직(168만1000원)보다 211만4000원 높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 격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2017년 185만7000원 이후 꾸준히 커지다가 2020년 처음으로 200만원(207만3000원)을 넘어선 바 있다. 고용 형태와 기업 규모에 따라 근로조건과 임금 격차가 벌어지며 이중구조가 심해진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하도급업체 비정규직이 대기업이나 원도급업체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더 오래 일하면서도 임금은 적게 받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월 임금 총액은 2021년 기준 584만5000원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182만2000원)에 비해 3.2배 많았다. 임금 격차가 무려 402만3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부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노동개혁의 우선 과제로 꼽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비정규직과 산업계 하도급 계약이 늘면서 이중구조가 본격화했다.

대기업 근로자는 강성 노조의 보호 속에 고임금과 일자리 보장 혜택을 누리지만 하도급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항상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사수하는 대기업 노조가 직무와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중구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올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방점을 찍은 정부와 노사는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부터 나선다. 첫 대상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근로자 처우 문제로 시끄러웠던 조선업종이다. 노사정이 함께 참여한 조선업 상생협의체는 이르면 다음주 초에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상생 협약을 내놓는다.

협의체는 하도급업체의 공사 대금에 하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늘어난 수익이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급여 인상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하도급업체 경영진이 늘어난 수입을 독차지하지 못하게 막는 수단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 외에 다른 업종에도 이 같은 상생협약을 확산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상생임금위원회도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임금 혁신 작업을 시작했다. 상생임금위는 오는 4월께 직무급·성과급제를 민간에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 지원안을 내놓고 9월에는 '상생 임금 확산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직무급제를 통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정착돼야 이중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직무급제를 채택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호봉제를 붙들고 있는 기업에 디스인센티브(불이익)를 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다만 임금 격차를 줄이는 자율적인 상생협력만으로 이중구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중구조 해소의 근본 대책이라고 본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법으로 제한된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관계 혁신방안 연구'를 통해 파견 업종을 직접적인 제조업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이중구조 해소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관건"이라며 "파견 전문업체가 인력을 직접 고용하면서 기업에 양질의 고숙련 일자리를 공급하고 일이 없을 때는 직업훈련에 집중하는 미국·일본식 '상용형 파견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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