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대로면 올해도 20조 손실 … 요금 딜레마 빠진 정부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박동환 기자(zacky@mk.co.kr)
입력 : 2023.02.24 17:39:02 I 수정 : 2023.02.24 19:10:33
입력 : 2023.02.24 17:39:02 I 수정 : 2023.02.24 19:10:33
지난해 32.6조 적자
가스·석탄가격 폭등에
전력도매가 1년만에 2배
전기료 인상은 '찔끔'
한전 4분기 적자만 10조
정부는 인상 속도조절 무게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 영업손실(적자)을 내면서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1분기처럼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적자 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면서 속도 조절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인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폭을 두고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kwh)당 196.7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94.3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월 154.4원이었던 SMP는 4월 202.1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5월부터 7월까지 하락 안정세를 보이다가 8월부터 다시 급등해 12월에는 267.6원까지 치솟았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들에 전력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기준으로, 가격이 오를수록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금액이 커진다.
특히 분기별로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이 10조7670억원을 기록해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7조786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SMP 상승의 주된 원인은 연료 가격의 폭등이다. 2021년 t당 73만4800원이었던 액화천연가스(LNG)는 지난해 156만4800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t당 139.1달러였던 유연탄은 359달러로 급등했다. 모두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전기요금을 세 차례 올렸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실제 지난해 한전의 전기판매수익은 66조1990억원인데,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로 사용한 금액은 이보다 많은 76조5861억원에 달했다.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판매한 셈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올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예년과 비교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도 한전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기요금이 동결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한전 영업손실은 15조~20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다 보니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하면 자본 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한전은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으로 51.6원을 산출했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올해 1분기에 적정액의 4분의 1 수준인 13.1원을 인상했다. 한전의 자본 잠식 가능성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2분기에도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민생 안정을 이유로 인상 속도와 폭을 조절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민생 안정 등을 고려해 서민의 전기·가스요금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하겠다"며 인상 속도와 폭을 조절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2일 "전기·가스요금 조정 시 국민 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설령 물가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한전의 적자 요인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대로 두면 현금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더 심해지면 한전 주주들의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4일 한국가스공사도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8%, 99% 증가했다. 그럼에도 부채 비율은 500%까지 치솟았다. 국제 LNG 가격 폭등에도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미수금이 급증한 영향이다. 이에 가스공사는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채 비율은 20%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가스·석탄가격 폭등에
전력도매가 1년만에 2배
전기료 인상은 '찔끔'
한전 4분기 적자만 10조
정부는 인상 속도조절 무게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 영업손실(적자)을 내면서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1분기처럼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적자 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면서 속도 조절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인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폭을 두고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kwh)당 196.7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94.3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월 154.4원이었던 SMP는 4월 202.1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5월부터 7월까지 하락 안정세를 보이다가 8월부터 다시 급등해 12월에는 267.6원까지 치솟았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들에 전력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기준으로, 가격이 오를수록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금액이 커진다.
특히 분기별로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이 10조7670억원을 기록해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7조786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SMP 상승의 주된 원인은 연료 가격의 폭등이다. 2021년 t당 73만4800원이었던 액화천연가스(LNG)는 지난해 156만4800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t당 139.1달러였던 유연탄은 359달러로 급등했다. 모두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전기요금을 세 차례 올렸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실제 지난해 한전의 전기판매수익은 66조1990억원인데,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로 사용한 금액은 이보다 많은 76조5861억원에 달했다.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판매한 셈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올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예년과 비교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도 한전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기요금이 동결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한전 영업손실은 15조~20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다 보니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하면 자본 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한전은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으로 51.6원을 산출했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올해 1분기에 적정액의 4분의 1 수준인 13.1원을 인상했다. 한전의 자본 잠식 가능성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2분기에도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민생 안정을 이유로 인상 속도와 폭을 조절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민생 안정 등을 고려해 서민의 전기·가스요금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하겠다"며 인상 속도와 폭을 조절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2일 "전기·가스요금 조정 시 국민 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설령 물가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한전의 적자 요인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대로 두면 현금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더 심해지면 한전 주주들의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4일 한국가스공사도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8%, 99% 증가했다. 그럼에도 부채 비율은 500%까지 치솟았다. 국제 LNG 가격 폭등에도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미수금이 급증한 영향이다. 이에 가스공사는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채 비율은 20%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